경제 · 금융

'회의문화'에 대하여

얼마 전 필자가 소속한 어떤 단체 이사회에 참석한 일이 있다. 대부분의 모임에서 형식상 중요한 절차처럼 되어있는 원로 몇 분들의 인사말씀과 박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부의 안건은 실무를 담당한 사람이 간단하게 자료를 읽어 나간 다음 『의견이 없으면 통과시켜 주십시오』하는 당부를 하자마자 여기 저기서 박수소리가 나오면서 공식회의는 일사천리로 끝났다.초등학교 시절 학급의 간부를 지내지 않았더라도 회의형식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동의와 재청 등 공식회의의 형식이나 용어에 맞춘 진행을 할 수 있으련만 집행부가 복안을 설명하기가 무섭게 마치 의견이 없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사람의 질문조차 없이 공식회의는 끝이 났다. 참으로 우리의 회의 운영 노하우는 수준급(?)이다. 글로벌화(GLOBLIZATION)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 것은 경제 주체들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각 부문의 의사결정과정에서「투명성」을 높여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잣대로도 우리 것을 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일 것이다. 따라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를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집행부 마음대로 안건을 통과시킬 연구를 하기 보다는 적어도 적극적인 몇 명의 참여자로부터라도 좋은 의견을 끌어들이는 과정관리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참석자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얼굴 내밀기가 회의참석 목적 중의 하나인 양 되어버린 우리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재주는 집행부나 부리게 놔두고 나는 굿이나 보면 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입다물고 있는 것은 곧 각자가 소속한 집단 장래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웃 일본은 100여년 전 명치유신 시절에 이미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정책결정 사안들은 퇴출시켜 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기적 전환기에 각 경제주체별로 역점을 두어야 할 우선적 과제가 어디 한두가지일까마는 회의문화의 혁신부터 먼저 바꿔나가야 할 것같다. JWKIM10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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