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작은 불편은 감수하자

근래에 나오는 광고 중에 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광고가 있다 “커피를 줄였습니다. 방글라데시의 한 소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빌려 봤습니다. 베트남의 한 소년이 도서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조금 움직였지만 행복은 커다랗게 자랐다”라고 끝맺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에너지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 아니라 최근의 유가 상황과 에너지 절약에 대해 우리 후대를 위한 미래와 전지구적 환경 차원에서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줬다. 최근에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은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과 석유를 매매하는 기준환인 달러화의 약세, 에너지의 블랙홀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중국 등 신흥 국가들의 엄청난 수요가 큰 원인이다. 거기에 동절기라는 계절적인 수요까지 생각하면 유가 상승의 곡선은 더욱 가파르고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승 원인은 우리의 힘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고 지금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서민들의 실생활에 큰 부담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해결 방안도 지금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해외 자원 개발이나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와 같은 장기적인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용하는 에너지의 3%밖에 자급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서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 우리의 에너지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면서 수입품인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관리와 장기적인 에너지 자원 개발이 반드시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수급체계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90년 이후 연평균 17%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화석에너지에 비해 경제성이 낮아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건설비용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신재생 에너지 사용 시설에 투자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기술 성장 잠재력이 큰 수소·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수출 채산성 악화와 경제성장률 저하, 고물가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나 경제적인 이유를 떠나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현재의 석유ㆍ석탄 등 화석에너지원은 환경파괴,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온난화라는 세계적인 골칫거리와 재앙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법이 매우 제한적일지라도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과 불편함에 습관을 들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들은 뭐가 있을까. 에너지 불감증 환자인 우리들이 이미 여러 번 듣고, 보고 배운 바 있는 것들일 것이다. 제품을 구입할 시 에너지 절약마크가 부착된 제품의 확인,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은 제품의 사용, 사용하지 않는 전원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대중교통의 생활화, 불필요한 자동차 공회전 금지, 차 트렁크 비우기, 다림질 모아서 하기, 동절기의 실내 적정난방 온도(20.4℃) 준수, 압력밥솥 사용하기, 건물 5층 이하는 걸어서 올라가기 등이다. 물론 이렇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에는 다소간의 불편과 수고로움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는 에너지 절약을 고유가 시대의 생존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지금의 편안함과 여유로움, 안락함은, 우리 세대의 몫이기 보다 후손들이 받아야 할 것들을 앞당겨 쓰는 것일 뿐이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지구 환경을 망치는 것임을 깨닫고,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를 알기 시작 한다면 수고로움과 불편함이 오히려 즐거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우리는 우선 인내를 가지고 에너지 절약을 통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수급 체계와 산업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ㆍ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도 해 본다. “버스와 지하철을 선택했습니다. 푸른 하늘을 볼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내복을 입었습니다.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조금 불편했지만 모두가 웃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끝맺는 광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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