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학위자 수가 미국의 6분의1, 일본의 2분의1 수준에 불과한 가운데 의학계열 선호와 해외유출 등으로 고급 두뇌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고급 두뇌를 확보해 두뇌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대학원을 육성하고 고급 두뇌 풀을 확대해 미래 유망 산업과의 적합성을 높이는 한편, 국내 두뇌 육성의 부족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두뇌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학위자 수는 지난 2002년 기준 2,747명으로 미국의 6분의1, 일본의 2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인구 10만명당 이공계 박사학위자 수도 5.6명으로 스웨덴의 19.2명, 영국의 10.8명, 독일의 10.1명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바이오ㆍ나노 등 미래 유망 산업을 주도할 이학박사 배출 수는 미국의 7%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반면 중국은 연간 공학박사 배출에서 아시아 최고였던 일본을 2000년 추월했고 이학박사 배출에서도 1991년 우리나라, 1994년 일본을 추월한 후 인도를 맹렬히 추격 중이다. 우리나라는 의학계열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생의 40% 이상이 의ㆍ치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등 이공계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출신 이공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현지 정착률이 1992~1995년 20.2%, 1996~1999년 31.3%, 2000~2003년 46.3%로 급등하는 등 고급 두뇌의 해외유출도 심화되고 있다. 연구소는 선진국의 경우 과학기술 이론과 기술응용력 중 최소한 한 분야에서라도 강점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박사학위자의 대학 편중, 이론위주의 논문실적 관리, 국내 핵심기술 부족으로 인한 기술료 수지의 25년 연속 적자 등을 감안할 때 양자가 모두 열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고급두뇌 이탈과 질 저하는 정부와 대학 등 공급자 주도의 정책 때문이라며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범용인재 중심의 공급정책에만 매달리면서 대학의 질적 경쟁력이 약화됐고 이로 인해 이공계 인력의 시장가치가 저하돼 고급두뇌의 이탈과 질 저하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두뇌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한편, 학부전공에 기반한 대학원 운영체제를 연구소 중심의 대학원 체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연구소는 아울러 정부는 대학 재정지원 규모를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0.5%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1.0%로 확대하되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대학이 자율과 경쟁에 따라 움직이도록 해야 하며 기업도 구체적인 필요를 대학에 발신하는 등 고급두뇌 육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