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카드 사장은 피해자 운운할 자격이 없다.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났어도 국민은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카드를 재발급받거나 탈퇴했건만 여전히 자신의 정보가 나쁜 데 쓰이지 않을지 태산과 같은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툭하면 날아오는 스팸 문자,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소식엔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한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직원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개인정보를 암호화하고 복사를 방지하는 등 기본적인 정보보호 조치를 취했더라면 사상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카드사가 개인정보 유출의 가해자, 그것도 가장 책임이 크다고 단정하는 이유다. 그런 이가 오히려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사태발생 직후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한다던 모습은 쇼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책임 있는 이의 잘못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혹독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똑똑히 봤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을 따진다" "국민도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고 이틀 전에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수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라고 말해 아예 자리에서 쫓겨난 사실을 벌써 잊었나.
농협카드 대표가 잊었는지 모르지만 장관이든 기업이든 국민을 무시하고 무사할 수는 없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 된다. 하지만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행위는 누구도 용서하지 못한다. 지금 카드사가 해야 할 임무는 변명이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를 끼친 데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고 사태수습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