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운 3시장 협의회장제3시장이 개장된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는 이미 오래다.
6월말 현재 벤처기업 70여개를 포함해 3시장 지정기업은 140여개에 달하고 자본금 총계는 6,000억원,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의 작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하루 거래량과 거래대금만 보더라도 자본시장이라고 불리우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지정기업 대부분이 나름대로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장래성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3시장이라는 제도권의 자본시장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이런저런 의무와 규제만 챙길 뿐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이나 육성정책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관계당국은 지금 3시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OTCBB의 경우를 보면, 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면서 시장의 활성화 정책을 동시에 펼친 결과 지금은 프리나스닥시장으로 완전히 자리잡았으며, 지난해 나스닥 신규 진입기업 600개중 15%에 이르는 90여개가 OTCBB기업이다.
외국에서 자본시장을 키우는데 10년이 걸렸으니 우리도 그 정도의 시행착오는 겪어야 한다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기업이 부채로 경영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주식시장을 통한 자기자본 조달이 기업의 재무전략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직접자금 조달창구와 주식시장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벤처기업이 3시장을 통해 미래를 꿈꾸고 준비할 수 있으며, 수많은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금이 3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때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3시장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가.
첫째 실효는 없으면서 거래만 제한하고 있는 양도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매매할 때는 양도세가 면제된다. 따라서 0.3%의 거래세만 내면 된다.
하지만 3시장은 장외시장이기 때문에 양도차익에 대해 중소기업 주식은 10%, 대기업주식은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투자수익 감소는 물론 불편을 불러 투자자들이 3시장을 외면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주가조작을 막고 고의와 실수에 의해서도 거래가 이루지는 것을 예방하며 주가의 안정성을 위해 '가격제한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10원짜리, 100만원짜리 거래가 없어지고 요행수를 바라면서 초고가ㆍ초저가 주문을 내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면서 건전한 시장을 육성할 수 있다.
셋째 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매매제도를 경쟁매매제도로 바꿔야 한다.
사실 상대매매 제도 때문에 실거래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家령 어떤 종목을 1주당 1만원에 사려는 사람과 8,000원에 팔려는 사람이 있다면 거래소나 코스닥에서는 거래가 된다.
그러나 3시장에서는 매매가 성입되지 않는다. 가격이 일치해야만 거래가 이뤄지는 상대매매제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매매제도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이 같은 거래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넷째 소액공모신고서 제출과 자사주 매입 불허와 같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3시장에서 사이버트레이딩을 통해 거래하면서 일일이 소액공모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다섯째 데이트레이딩을 허용해야 한다.
데이트레이딩이 안된다는 이유로 3시장을 거들 떠 보지 않는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여섯째 3시장 지정기업은 코스닥 등록때 등록요건을 완화하는 등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유망 장외기업들이 3시장에 들어오게 되고 또 코스닥시장으로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3시장은 명실상부한 프리코스닥시장으로, 제도화된 장외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일곱째 이러한 제도개선을 전제로 시장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지정요건과 공시제도를 강화하고 관리종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즉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시장의 활성화와 육성을 위한 정부의 자세 변화이다.
이를 위해 관계당국에 가칭 '3시장 활성화 및 육성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연구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우리 3시장 지정기업협의회도 적극 참여할 용의가 있다.
끝으로 투자자도 거래소와 코스닥만 쳐다보지 말고 우리 3시장에도 눈을 돌려 폭 넓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