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휩쓸고 있는 광적인 적개심의 타깃에 아시아인들은 속해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말이 맞다고 볼 수 없는 일들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이주 문제가 테러에 따른 여파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승전국인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 대통령은 전후 12만명의 일본계 미국인을 집단 수용소 등으로 이주 시켰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8년 사과와 함께 보상금 지급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은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고 있다. 공화당 하워드 코블 하원 범죄ㆍ테러리즘ㆍ국가안보 소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일부 중동계 미국인을 강제이주 시키는 것에 찬성한다는 말과 함께 “2차세계대전 후 일본계 미국인을 이주 시킨 것도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도 지금처럼 전시 상황이었으며, 이는 모든 활동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야당과 민간 단체들은 그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데이비드 유 의원은 “아랍계 건 일본계 건 조상에 상관없이 미국인을 강제이주 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의원도 “역사와 인간의 자유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1999년 콕스 보고서 문제도 재 등장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모니터하기 위해 중국계 학생들을 여럿 고용했다. FBI는 주로 중국 태생으로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FBI는 아직까지 중국이 과거보다 심각하게 미국의 군사기술을 훔쳐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실제 베이징 당국을 위해 일하는 일부 학생들은 아마도 도서관과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과 이라크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미묘한 관계에 빠진 상황에서 또다시 중국 학생들의 스파이 활동 여부를 조사한 FBI의 활동은 양국관계의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거주 중국 학생들의 불안감도 늘고 있다.
또 한반도에서 냉전 시대의 험악함이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는 최근 북한을 위해 일해온 한 명의 한국계 미국인을 체포했다. 서울 출생인 그는 자신이 북한을 위해 일을 해주고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그가 했던 스파이 활동이 심각한 것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불안감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3만7,000명의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책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주 테러위협이 증가했다는 미 정부의 발표는 테러에 떨고 있는 미국을 한층 더 긴장시키고 있다. 미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행위를 바라 보는 해외 시각은 그리 달갑지 않다. 오사마 빈 라덴ㆍ사담 후세인ㆍ김정일 문제로 인해 미국이 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시각도 그리 공정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미국은 전세계인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촉각을 세운 채 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때로는 과잉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톰 플레이트(UCLA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