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바젤 기준 자본적정성 규제 가운데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내재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수준에 따라 추가자본 부과 등 차별적인 감독조치를 취하는 ‘필라2’ 제도를 내년에 신규 도입하고 현행 ‘필라3’ 제도를 강화한다고 5일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 및 은행감독당국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정한 바젤 기준 규제는 필라1∼3으로 구성되는데, 필라2는 리스크 범위와 관리상황에 대해 감독당국이 점검하고 감독조치를 부과하는 제도이며 필라3는 은행의 자본적정성과 리스크관리 상황을 자율공시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8년 바젤기준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최소수준인 8%를 유지토록 하는 ‘필라1’을 시행했으나, 필라2는 당시 금융시장 여건 때문에 도입하지 않았고 필라3는 바젤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적용했다.
내년부터 필라2를 도입하고 필라3를 강화하는 것은 바젤기준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5월 우리나라에 필라2를 단기간에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바젤위원회가 회원국 감독기준이 바젤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바젤규제정합성평가(RCAP)를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착수해 결과를 공개하는 점도 고려됐다. 금감원은 필라2 도입에 따라 현행 경영실태평가(CAMEL-R)와 리스크관리실태평가(RADARS)를 경영실태평가로 일원화하고, 경영실태평가(28개 항목, 105개 평가사항)의 리스크 관련 항목(6개 평가항목, 40개 평가사항)에 대한 평가를 거쳐 5등급에 총 15단계의 필라2 등급을 산출한다. 1∼5등급별로 ‘+’, ‘0’, ‘-’ 3단계로 세분화해 모두 15단계로 나누는 방식이다. 적용대상은 18개 국내은행과 8개 은행지주사다.
필라2 등급이 ‘일정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은행과 은행지주사에 대해서는 추가자본 부과, 리스크 관리 개선협약 체결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개선을 지도할 계획이다. 또 총자산 규모, 리스크 관리 수준 등에 따라 그룹을 나눠 평가 범위·주기를 차등화한다. 필라3의 경우 국제기준에 미흡한 공시항목을 은행연합회의 현행 ‘금융업경영통일 공시기준’에 추가 반영한다. 연체자산 정의와 대손충당금 산정방법 등 신용리스크, 자산유동화 관련 회계 정책과 손익, 신용위험 경감을 위한 정책 등이 추가 대상이다.
금감원 김성우 바젤전담팀장은 “이달 중 의견 수렴을 거쳐 은행업감독규정 등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감독당국이 금융사 경영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되 리스크 수준에 합당한 차별적인 감독조치를 시행해 자율과 책임 원칙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