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필요한 근저당(담보) 설정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권이 1년 이상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고충처리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해 등록세ㆍ교육세ㆍ법무사 수수료 등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나 은행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충처리위는 지난해 9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은행이 담보대출 때 근저당 설정비용을 대출 고객이 부담하도록 하는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 등 표준약관은 고객에게 불공정한 조항”이라며 약관 개정을 통해 이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나 표준약관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열린 공정위 약관심사자문위원회에서 “근저당 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할 수 없다”는 최종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은행들은 개별 계약에 따라 대출금액의 0.7% 안팎인 담보 설정비를 대출자가 부담하거나 은행이 부담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고객에게 주고 있다.
설정비를 고객이 부담할 경우 은행들은 평균 0.2%포인트의 금리할인 혜택을 제공했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할 경우 결국 원가비용이 높아져 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은 고객이 필요할 때 대출을 해준다”면서 “수익자는 고객이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자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오는 12월 중 약관심사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의견을 토대로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고충위가 권고한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고충위 의견을 반영해 표준약관을 개정하더라도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