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박종백 법무법인 세화 대표변호사

"쉬운 길은 싫다…목표는 글로벌 리더"



법무법인 세화의 박종백 대표변호사는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다. 왕위를 찬탈한 세조(수양대군)에 반기를 들고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처형당한 사육신의 한 사람인 인수(仁) 박팽년의 유일한 직계후손이 바로 박 대표다. 다른 사육신들의 후손들은 모두 처형당하거나 노비로 전락해 대가 끊겼지만, 박 대표의 집안만은 박팽년의 둘째 며느리가 자신의 갓난 아들을 몸종의 아이와 맞바꾸는 기지를 발휘해 대를 이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남들 다 가는 길은 싫다”= 선비의 절개를 지킨 조상의 피를 이어받아서 일까. 박 대표 역시 지금까지 편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아 왔다. 그가 판ㆍ검사의 길을 마다하고 변호사를 시작한 것도, 법무법인 세화를 세운 것도 ‘남들이 가는 편한 길은 좇지 않겠다’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대표는 “80년대 중반만 해도 법조계는 ‘개척’, ‘창의’ 같은 개념이 어울리지 않은 곳이었다”며 “그나마 변호사라는 직업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어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정된 ‘파이’를 놓고 이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법무법인 세화를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영국 로펌이 ‘롤 모델’ = 박 대표는 세화를 설립한 직후 돌연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세화가 뿌리도 내리기 전에 대표라는 사람이 유학을 가버린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참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박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법률시장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로펌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한시라도 외국 로펌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촉박함 때문에 서둘러 유학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유학은 그에게 새로운 눈을 갖게 했다. 그는 런던 정경대학(LSE)에서 공부를 마치고, 영국의 유명 로펌인 리차드 버틀러의 런던 본사와 홍콩지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홍콩 지사를 선택한 것은 아시아 법률 시장의 흐름을 직접 보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채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영국 변호사들의 모습은 세화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영국 변호사들은 홍콩, 싱가포르, 동경, 베트남 등 세계 어디에서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여전히 관료 같은 느낌을 주는 한국의 변호사들이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전도사로 뛴다= 박 대표는 베트남 경제 전도사처럼 보인다. 주위에서는 베트남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판에, 유독 박 대표는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역발상에 가까운 그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그의 직감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박 대표는 “가까운 시일 안에 베트남 경제가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이유로 외국계 기업들이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과 기업 인수합병(M&A), 사회간접자본(SOC), 부실채권 투자 등의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그는 “외국기업이 많이 진출한 호치민과 달리 수도인 하노이의 발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리더가 목표= 세화는 국내 로펌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오래전부터 해외진출에 앞장서 왔다. 박 대표의 목표도 세화를 글로벌 법률시장의 선두주자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이머징 마켓은 아직 법률시장 형성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일부 로펌들은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만을 대상으로 일을 하지만 우리는 해외 법률시장 자체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현지 기업뿐 아니라 그곳에 진출한 외국기업까지도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는 현지 투자가이드북도 발간했다. 캄보디아·베트남·체코편은 이미 완성본이 나왔고, 조만간 중국·몽고·태국편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미 나온 가이드북의 경우 기업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해당 국가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에게 참고자료로 제공하고 우리도 법률자문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며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리더의 목표를 위해 타 로펌과의 합병도 생각중이다. 현재 2~3개 로펌과 합병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로펌이라는 비전만 공유할 수 있다면 합병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가 변호사의 경쟁력= 글로벌 로펌을 지향하다 보니 세화의 소속 변호사들은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이렇게 되기 까지는 매주 전 직원이 모여 영어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사내 이메일은 모두 영어로 작성토록 한 게 주효했다. 세화 직원들은 이를 두고 ‘씨업(SeeUpㆍ세화 에브리데이 잉글리쉬 유스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위를 보라”는 의미심장한 뜻이 된다. 신입 변호사를 채용할 때도 영어실력을 가장 중시한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내부 회의조차 굳이 영어로 해야 하느냐’는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법조인들의 영어실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인데, 앞으로는 한국법도 영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만 최고의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상현 교수가 인생의 멘토” = 박 대표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 스승이 있다. 현재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근무중인 송상현 전 서울대 법대교수다. 송 재판관은 박 대표를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도한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다. 그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분이어서가 아니라, 유독 송 전 교수가 인생의 모델로 삼을 정도로 멋있게 보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는 박 대표는 자식들에게도 “눈앞의 경쟁에 매달리지 말고, 글로벌 인재가 되라”고 늘 강조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남이 닦아 놓은 편한 길’을 마다해 온 박 대표는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한국 로펌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 법무법인 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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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와 금융·증권분야서 두각 '강소로펌'
지난 1999년 설립된 법무법인 세화는 인수ㆍ합병(M&A), 금융·증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강소로펌이다. 양대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웃돌고 있다. 런던과 홍콩의 외국계 로펌에서 실무를 쌓은 박종백 대표를 필두로 30여명의 국내외 변호사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A팀은 대우조선해양의 사모투자 방식을 활용한 구조조정 모델을 개발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으며 금융·증권팀은 국내 최초로 은행의 '요주의' 기업여신을 유동화하는 거래 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기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수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 투자펀드 등 구조화금융 분야에 대한 법률자문은 국내 어느 대형 로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금융전문지 유러머니가 발간하는 법률전문저널 '아시아로'에 세화의 활약상이 자세히 소개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이어 베트남에 현지 사무소를 내는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약력

▦1961년 경북 고령 출생 ▦1980년 영남고 졸업 ▦1985년 서울대 사법학과 졸업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87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1992년 한서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1997년 법무법인 아람 파트너 변호사 ▦1999년 영국 런던대 정경대학 국제금융법 전공 ▦2000년 리차드 버틀러 런던 본사 근무 ▦2001년 리차드 버틀러 홍콩 지사 근무 ▦2008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인천시 외국인 투자유치 자문위원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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