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오 신지는 백54로 달아나기에 앞서 5분가량 망설였다. 참고도1의 백1부터 두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를 역으로 흑이 차지하면 끝내기 계산상 3집 이상의 차이가 있다. 미세한 바둑에서 3집은 엄청난 끝내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과연 흑이 2로 곱게 받아줄지가 의문이었다. 흑2로 받아준다는 보장만 있다면 백1은 분명히 이득이다. 망설이던 다카오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그냥 실전보의 백54로 뛰었다. 그런데 여기서 유혹을 뿌리친 것이 결과적으로 승착이 된다. 흑55 이하 59는 반상최대의 끝내기. 백60은 그 다음으로 큰 끝내기. 흑61은 자체로도 작지 않은 곳이며 특히 백 일단의 퇴로를 차단하는 전술적 가치가 큰 착점이다. 백62는 우군과의 연결을 꾀하면서 흑진의 약점을 은근히 엿본 수순이다. 백64는 결국 다카오의 권리가 되었는데…. 흑65를 두고 난 장쉬가 망설이기 시작했다. 참고도2의 흑1이면 안전하긴 한데 백은 2 이하 8로 중앙에서 이득을 챙길 것이다. 7분쯤 망설이던 장쉬는 실전보의 흑67로 보강을 했는데 이 수가 패착이 되었다. 역시 참고도2의 흑1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그랬더라면 흑이 반집쯤 남는 바둑이었던 것이다. 백68이 형태의 급소였다. 장쉬가 69로 받았지만 아직 약점이 남았다.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