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맨해튼에 부는 中企바람

뉴욕 맨해튼에 한국 상품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전에는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자광고판이 한국 기업들의 체면을 세워주었고 타임워너빌딩에 위치한 삼성전자 독립매장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며 한국 대표기업의 위상을 살려주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국 중소기업들의 맨해튼 공략이 심상치 않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 자금과 유통망이 열악한 중소 제조기업들이 당당히 ‘메이드 인 코리아’의 깃발을 내걸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회사인 도널드 트럼프 본사와 구찌ㆍ페라가모 매장 등 일류 브랜드가 진을 치고 있어 맨해튼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5번가에는 한국 화장품 회사인 미샤 매장이 있다. 주변에는 미국ㆍ유럽ㆍ일본 화장품 회사들이 고급스런 독립매장을 자랑하고 있고 메이시 등 미국 백화점들도 세계 각국의 고급 화장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미샤는 중저가 전략을 앞세워 맨해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8가 뉴욕대 주변에는 역시 중저가 화장품 회사인 더페이스샵 매장이 북적대는 대학생들과 관광객들로 웅성거린다. 지난달 문을 열었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매장은 연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들 중소 화장품 회사는 품질을 자신하며 철저하게 화장품가격의 거품을 빼 ‘중저가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고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외국 고급매장으로 가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고 있다. 이들 회사는 외국 브랜드 화장품과 비교해 품질은 전혀 손색이 없으면서도 가격은 20% 수준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10여명의 판매직원을 모두 외국인으로 채용해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내걸고 있다. 남들은 위험하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들 기업은 맨해튼을 새로운 블루오션 지대로 설정했고 그 도전정신과 용기는 이익증가라는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어렵다고 난리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한국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심각한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더 이상 도움의 대상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정부보증자금이나 단체수의계약 등 정부지원을 호소하기보다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모색해야 한다. 맨해튼에서 블루오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미샤와 더페이스샵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