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달새 3%↓… 상반기중 1000원 깨질 수도

■ 원·달러 환율 1,020원대로

수출호황속 弱달러 기조 뚜렷… 6년여만에 1,000원선 위협

주요국중 가장 가파르게 하락… 당국 개입여부가 관건될 듯



연휴가 끝나고 5일 만에 서울외환시장이 열린 7일 원·달러 환율이 1,030원을 뚫고 1,02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2008년 8월7일 1,016원50원을 기록한 후 5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국인이 주식을 3,300억원어치나 팔았지만 원화 강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출호황 때문에 달러 대기매물이 워낙 많은데다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외환 당국이 예상보다 1,030원선을 쉽게 양보하면서 하단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전문가들은 1,000원선까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원화 강세 속도에 부담을 느낀 당국이 1,020원선에서 단기적 조절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고 있다.


◇눈치 보던 수출업체 오후 들어 '달러 팔자'=이날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최근 외환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원·달러 환율시장은 연휴 하락폭을 그대로 반영하며 3원30전 내린 1,027원으로 개장했다. 오전 내내 1,026~1,027원대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던 환율은 오후 들어 하락폭이 계속 커지더니 7원80전 내린 1,022원50전으로 마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수출업체들이 오후2시를 기해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조짐이 안 보인다고 판단하고 무더기 물량을 쏟아냈다"며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이 1,020원대 초반까지 급락한 것은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성장률 둔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탓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대내적으로 4월 수출실적이 좋았던데다 5~6월 수출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원화 강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며 "연휴 다음날이라 수출업체 소화물량도 밀려나와 당국도 억지로 막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고 우크라이나 사태도 악화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6일 79.06으로 6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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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초점은 속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1,050원선이 깨진 후 17거래일 만에 1,020원대에 진입했다. 4월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05%나 급등해 주요 40개국 통화 중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5년11개월 만에 1,000원 깨질까=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연구원은 "당국이 1,020원선을 기준으로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에 달러 반등재료가 없기 때문에 1,000원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도 "이달 원·달러 환율 지지선이 1,020원선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에서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과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맞선다.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를 기록했던 것은 2008년 4월28일(996원60전)로 5년11개월 전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이나 되는 상황에서는 정부 개입이 큰 힘을 작용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평균 1,010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환율이 세자릿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미쓰비시도쿄UFJ는 4·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975원으로 잡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에서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되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재 외환 당국이 최근 환율 급락에 딱히 개입하지 않는 것도 하반기 환율 상승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외환 당국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데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환시장 개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과거 환율 하락기와 달리 지금은 하반기 환율 상승을 어느 정도 예상하는 분위기라 단기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정부 입장에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수출업체 채산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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