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권에 발목을 잡혀 합병을 백지화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의 보유 주식을 회사에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합병을 결정하며 주식 매수 청구가격을 각각 2만7,003원, 6만5,439원으로 제시했는데 이후 두 달간 주가가 떨어지며 매수 청구 종료일인 11월17일 각각 2만5,750원, 6만800원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식 매수 청구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삼성은 계획보다 주식 매수에 3,000억원을 더 쏟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합병을 무산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 제정 건의문'에는 앞선 사례에서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제한하거나 주가 변동이 클 때 매수가격을 조정하는 등 기업의 인수합병(M&A)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22가지 과제가 담겼다. 소규모 합병시 신주 발행 비율을 10% 이하에서 20%로 완화하거나 기업결합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여러 중소기업이 함께 지분을 투자해 대기업 사업부문을 인수할 길을 터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주회사 요건 완화, 세제 지원 특례 등도 있다.
대한상의는 앞서 지난해 7월과 올 초 원샷법 제정을 정부에 요청했으며 이날 구체적으로 제시한 22가지 과제가 실제 법 조항에 담기도록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야 하고 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며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입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입법 방향으로 △정상기업 지원 △패키지 지원 △시범운영으로 안정성 검증 등을 제안했다. 사업재편이 부실기업 정리보다는 정상 기업의 재도약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세제부터 금융·법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의 경우 1999년 산업활력재생법,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사업 재편을 지원해 모두 628건이 이뤄졌으며 생산성 향상과 고용 증가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대한상의는 소개했다.
전 본부장은 "사업재편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며 "경제 재도약이 필요한 지금이 원샷법 도입의 적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