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상구 없는 대립… 경제만 멍든다/노동법 개정 진통…각계 입장은

◎재경원­“기본골격은 유지돼야”/청와대­대화 병행… “후퇴 있을 수 없다”/여당­당위성 홍보 대국민 설득 주력/야당­“원천 무효화” 초강경자세 선회/재계­“정리해고는 명문화 불과” 부각노동관련법의 국회 기습처리에 따른 노동계파업등 심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으나 노조측과 정부 여당간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최근 여론에 노동법재개정문제가 부상하자 13일 일제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노조나 야당은 개정노동법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4 ,15일 일제파업에 돌입키로 해 파업양상은 최대고비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출구없는 대립」이 계속되고 있어 국민 경제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부 신한국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동법재개정문제의 제기에 강한 불만을 털어 놓고 있고 재계는 재계대로 파업이 노정대결로 치달음에 따라 신규사업계획등 신년사업구상마저 손을 놓은 상태다.난마처럼 얽힌채 비상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노동법관련사태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정리해본다.<편집자주> ▷청와대◁ 청와대측은 13일 아침을 고비로 강경대처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지난주말에 이홍구 신한국당 대표가 노동계와의 대화를 제의하면서 일각에서는 노동관계법의 재개정 가능성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아침부터 『시행도 안한 법을 어떻게 재개정 하느냐』는 쪽으로 입장을 확고하게 정리했다.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영수회담도 현재 상황으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법개정 자체를 무효화하라는 야당 대표들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계도 TV토론에 나오라고 하니까 법개정을 무효화하면 나온다고 하는데 노동계와 야당의 요구는 우리에게 정권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면서 법개정자체에 대한 후퇴는 있을 수없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기본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영삼 대통령은 당분간 인내와 자제의 자세를 보여 줄 것』이라고 전하고 『신한국당 등을 통한 대화노력도 병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내와 자제, 대화노력은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법의 재개정이나 영수회담 수용은 제외다. 다만 공권력 투입에 탄력성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청와대관계자들은 국제노동기구 관계자들의 국내활동과 재계의 태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감추려하지 않고있다. 한 관계자는 『그들이 방문 목적이외의 활동, 그것도 남의 나라에 와서 정치투쟁을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분개하고 『다른 나라같으면 구속감이며 우리정부도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대한 불만도 크다. 한 고위 관계자는 『노사 관계의 본질을 외면하고 노정관계간 대립으로 몰아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로서 매우 섭섭한 일』이라고 말하고 『자기 할 일을 안하고 뒷구멍에서 정부를 욕하는 기업인들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우원하> ▷여당◁ 신한국당은 최근 노동법 개정에 대한 노조파업과 잇따른 대학교수 종교계 인사 시국선언 등 사회 전반적인 반발에 대해 「노동법 재개정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노동법 개정안 처리의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홍보키로 하고 거당적으로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신한국당은 문제가 되고있는 정리해고제의 엄격한 적용을 시행령에 최대한 반영하되 이번 노동법 개정안을 시행하기 전에 다시 개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신한국당은 13일 고위당직자회의와 확대당직자회의, 시·도 사무처장회의,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잇따라 열고 파업확산 국면으로 치닫고있는 사태에 대해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 설득에 주력키로 했다. 이대표는 이날 『노동법 재개정과 「여야 영수회담」을 통한 정국타개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있다』고 밝히고 『당 조직을 총동원, 노동계 현장에 뛰어들어 대화와 설득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국당은 또 정리해고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로자생활안정 및 정리해고에 대한 특별법」 등 후속보완책 마련과 시행령 개정 방안 등을 검토하면서 노동계 설득에 나서겠다는 전략. 하지만 신한국당은 앞으로 노동계 파업이 계속될 경우 그동안 자제해 온 공권력 투입 등 강경진압조치(명동성당은 제외할 방침)를 강행할 수밖에 없지않겠느냐는 전망.<황인선> ▷야당◁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낮 국회 귀빈식당에서 「반독재투쟁공동위 8인회의」를 열어 영수회담 즉각 개최, 파업지도부에 대한 영장 철회 등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 양당은 그러나 오는 17일까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노동관계법 무효화를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과 지구당별로 동시다발적인 시국토론회 개최 등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키로 결정. 양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연말 신한국당이 기습처리한 노동관계법 등 11개법안은 모두 무효라고 지적한 뒤 농성중인 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기습처리에 동조한 김수한 국회의장과 오세응 부의장의 사퇴와 김영삼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 이날 회의에서 국민회의는 노동법 개정안의 원천 무효화를 대여투쟁의 1순위로 상정하고 국회에서 재개정할 것이 아니라 재심의해야 한다고 강조, 지난 주말보다 한층더 강경한 자세. 반면 자민련은 비상시국을 푸는 유일한 길은 영수회담 개최라는 점을 강조, 영수회담에서 시국타개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낸 뒤 여야 당3역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자고 제의.<양정록> ▷재경원◁ 재정경제원은 개정된 노동법의 기본골격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동법 파문의 핵심쟁점으로 비화된 정리해고제도는 노동계도 참여한 노개위에서 토의를 통해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등 경제난극복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계를 무마하기 위해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정리해고제도의 시행을 유보하거나 정리해고의 범위(인원의 몇%식)를 제한하자는 신한국당 및 정부 일각의 주장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동법 개정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경원은 노동계 총파업 등 이번 파문이 전체적인 골격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노동법의 날치기 통과에 따른 절차적 하자에 대한 반발과 당초 올해부터 시행키로 했던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허용을 3년간 유예하는 등 일부 내용이 입법 막바지 단계에서 정부와 충분한 협의없이 수정된 데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위에 마련된 현행 노동법의 전면수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경원은 당초 정부안대로 상급단체 복수노조를 사실상 허용하는 한편 근로자의 생활향상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 직업훈련 및 고용안정 노력의 강화, 근로자의 재산형성 지원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반발을 흡수,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최창환> ▷재계◁ 재계는 최근들어 정부및 여당이 「노동계 총파업」 대책에 혼선을 빚으면서 노동계의 총파업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자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계는 13일 이수성 국무총리가 총리실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불법파업을 법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라』며 노동계 총파업 움직임에 대해 강경대처를 하겠다는 정부입장을 발표했으나 이에앞서 이홍구 신한국당 대표는 『노동법의 「재검토 협의」가 가능하다』며 신노동법의 재개정의사를 비추는 등 정부 및 여당이 노동법 개정과 관련한 정책에 입장이 달라 혼선을 주고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이런 와중에 진념 노동부장관은 『노동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마련에 들어갔다』고 발표하는 등 노동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전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어 노동계 총파업에 대해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등 상황의 조기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재계는 이와관련 14일 전경련회장단회의와 경총이 주최하는 노사대책반 회의를 연속개최해 노동계 파업움직임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이번 노동계 파업이 근로자나 국민의 신노동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오는 15일부터 신문광고를 통해 대국민홍보도 병행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국민홍보문에서 최근의 경제상황을 역설하고 노동계가 가장 문제시 하는 정리해고제는 그동안 판례로 인정되던 것을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며 그것도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점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또 변형근로제로 인한 실질적인 임금의 감소도 없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에서 정리해고시 인원규제 등이 추가될 전망이어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재계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노동계의 심사를 거스르지 않게 행동해 왔으나 정부와 여당이 신노동법의 국회통과를 전후해 보여준 중심없는 정책으로는 더 이상 상황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채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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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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