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은행 지점당 법인균등분 주민세를 오는 2018년까지 현재보다 10배 높은 235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은행이 지방세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일부 지방정부가 복지예산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할 정도로 재정이 나빠지자 지방세를 개편해서라도 지방정부 살림을 확충하려 하면서 불똥이 은행으로 튀고 있다. 특히 사업소가 1~2개에 불과한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은행은 많게는 1,000개가 넘는 지점을 두고 있는데 이들 지점 모두에 일률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도록 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14일 정부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안행부는 이달 초 주민세율 조정을 뼈대로 한 지방세법개정안 법안 심사를 끝내고 국회 상임위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주민세율 조정은 지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주택거래 부진에 따른 취득·등록세와 지방재정교부세 감소 등으로 지방재정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법인균등분 주민세다. 안행부는 과세기준이 되는 자본금 규모와 종업원 수가 경제성장으로 크게 늘어난 만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과표구간을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과표구간은 5개에서 9개로 늘었다. 그 결과 법인균등분 주민세는 현행 5만~50만원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돼 2018년이면 많게는 528만원까지 오른다. 주민세가 평균 10배가량 인상된 셈이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은 업종별 특징도 반영하지 못했다. 은행·증권 등 금융사에 대한 과세는 지점별로 하지만 과세기준이 되는 자본금 규모는 금융사 전체를 대상으로 산정돼 불합리하다. 개정안을 보면 은행은 자본금 규모 1조~10조원(18개 은행 평균 자본금 2조5,000억원), 종업원 수 100명 이하 구간에 들어간 현행 20만원인 법인균등분 주민세가 2015년 40만원, 2016년 80만원, 2017년 160만원으로 매년 100%씩 올라 2018년에는 235만원으로 확정된다.
사업소가 대부분 한두 곳인 일반 제조업체는 10배 남짓 주민세가 올라도 부담이 적지만 은행은 지점이 1,000곳을 넘어 세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실제 지점이 1,198개(올 10월 말 기준)인 NH농협은행은 추가 부담금이 26억원이고 KB국민과 신한은행도 각각 25억원, 2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은행 전체로는 추가 부담금이 총 1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지점이 1,265개(올 9월 말 기준)인 증권사 역시 세금 인상폭이 커 금융업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이 같은 개정안이 알려지자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객의 편익을 위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은행 지점을 제조업체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1990년대 초반 이후 물가상승률(2배)에 견줘도 세금 인상폭이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다음달 세법개정안과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섰지만 국회로 법안이 이미 넘어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안종섭 박사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세원을 전면 개편하지 않는 이상 구조적으로 세수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그런 맥락에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업체인 은행에 세금을 더 매긴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