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2월 21일] <1581> 상품선물현대화법


2000년 12월21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상품선물현대화법(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 of 2000)에 서명했다. 법의 골자는 규제완화. 법은 제정 당시부터 반대가 많았다. 정부 부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금융대책반이 주관했다는 점에서 적법성 논란도 일었다. 거래추적이 쉽지 않은 파생상품은 규제로 남겨주자는 주장은 애초에 들어갔다. 규제완화 분위기에 묻혀서다. 66년간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돼온 글래스스티걸(금융권별 전업주의)법이 1999년 폐지된 데 이어 이 법이 마련되면서 미국의 금융규제는 거의 사라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장 활개친 것은 파생상품. 대출증서를 담보로 신상품을 만들어 팔고 비우량 담보대출도 점조직이 확산되듯 수 없이 증식하며 시장규모를 키웠다. 법이 등장한 2000년까지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던 장외 파생상품 거래액은 2008년 말 680조달러까지 늘어났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액인 65조달러의 10배 이상 수준으로 급성장한 파생상품은 '잠깐 동안의 꿀과 영원한 독'을 함께 안겼다. 극소수 금융회사 임직원들만 상상도 못할 만큼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겼을 뿐이다. 석유선물시장도 현물보다 크게 오르며 2001년에는 엔론사태까지 불렀다. 언제까지나 성장을 지속할 것 같았던 세계경제도 파생상품 거래로 외형을 잔뜩 키운 리먼브러더스 파산(2008년)을 변곡점으로 하강 기미가 뚜렷하다. 정부의 실패와 시장의 탐욕이 맞물린 결과다. 문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경제회생론을 부르짖지만 쉽게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사정은 더 나쁘다. 정부는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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