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사우디에 600억弗 최첨단 무기 판매


이란 견제용, 자국 군수산업 먹여 살리기.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총 600억 달러 어치의 최첨단무기들을 팔기로 해 중동 지역의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미국은 핵개발 문제로 각을 세우는 이란이 각종 외교적ㆍ경제적 제재조치 등에도 꿈적하지 않자 인접국인 사우디의 국방력 강화를 통해 대 이란 압박 공세를 강화하려 한다는 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또 미국이 재정적자 축소방침에 따른 국방비 감축으로 군수산업이 불만을 갖게 되자 다른 나라와의 무기계약 성사를 통해 이를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비난도 나온다. 앤드루 샤피로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이날 총 60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에 대한 군사무기 판매 계획안을 발표하고 이를 의회에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번 무기계약은 미국의 무기판매 역사상 최대 규모로서 미 의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의 회기에서 무기수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미 의회의 승인으로 무기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향후 5~10년에 걸쳐 84대의 F-15 전투기를 공급 받고, 현재 보유중인 70대의 F-15기도 현대화 작업을 받는다. 또 아파치 헬기 70대와 블랙호크 헬기 72대, 리틀버드 헬기 36대 등도 들여온다. 두 나라는 경제와 군사부문 등에서 오랜 우방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16억4,700만 달러 어치의 무기를 수입한 미국의 1위 무기 수입국이다. 사우디는 또한 미국에 하루 100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수출하는 대(對)미 원유 수출 1위 국가이기도 하다. 샤피로 차관보는 이번 무기판매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계약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의 안보를 지원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특히 사우디가 국경지대의 위협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도록 하고 석유시설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국경지대의 위협은 이란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번 무기판매의 목표가 이란 견제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정권교체기를 이용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의 인접국인) 사우디와 주변 걸프국가들의 국방력 강화를 통해 이란을 견제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번 무기 계약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내놓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번 계약은 전세계 무기판매 계약 가운데 가장 이상한 계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란은 농축우라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핵개발 추진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알리 아크바 사레히 이란 원자력청 장관이 이날 이란의 농축우라늄 생산량이 총 30㎏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의 이번 무기계약은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미 군수업계의 불만 달래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부와의 무기계약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나라와의 계약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8월 군수업체 서비스 비용 10% 인하 및 50여개 장성보직의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총 1,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절감안을 발표했다. WP은 군수업계 전문가를 인용, “이번 계획은 미 방위산업체들에 주는 혜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은 중동 지역의 긴장고조를 무기판매의 기회로 삼아왔다.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2005 ~ 2009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에 총 370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팔았다. 올 들어서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F-35 전투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쿠웨이트도 9억달러 가량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 1월에도 대만에 대한 총 67억달러 규모의 무기판매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과의 첨예한 신경전을 촉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어떠한 무기판매도 반대한다”며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즉각 중단했다가 수개월 만에 다시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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