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들 사이에 `인터넷 열전(熱戰)'이 한창이다.
젊은층이 찾는 온라인 공간에서 `인기'를 얻어야 향후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저마다 특색있는 홈페이지를 속속 개설한데 이어 특정주제와 현안에 대해 정치적 효과가 큰 글을 경쟁적으로 올리며 지지층 확산에나서고 있는 것.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야당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있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작고한 부모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
특히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정 장관이 홈페이지에 사모곡(思母曲)을 올리자 `대권행보를 위해 기지개를 켜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나돌 정도로 정치권의 시선을 온통 집중시켰다.
전날 고(故)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의 사진까지 공개한 박 대표는 이른바 `홈피정치'의 일인자로 꼽힌다.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9일 현재 260만명을 넘길 정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전날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한 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내 대권주자 가운데 인터넷 관리 선두주자로 꼽히는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평소 `GT칼럼' 코너를 통해 국민연금 동원문제를 포함한 연기금과 기간당원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도 미니홈피에 가족사진을 공개하는 등 남다른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네티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효과가 일반 기자회견 못지 않게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글의 형식도 가벼운 주제의 에세이에서 정치적 소견을 담는 `격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홈피정치'가 만개하고 있는데 대해 실질적 콘텐츠의 뒷받침 없이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만 각인시키는데만 골몰하는 `이벤트' 정치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