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인기몰이를 할 때 영화의 흥행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법관들이다.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라는 틀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오해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그들의 심각한 고민이었다.
그 대안으로 법원은 '소통'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물리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법정에 서는 사람은 국민 전체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에 아무리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더라도 사법부에 대한 오해를 씻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법원은 국민과 만나는 접점을 넓히는 데 골몰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소통, 국민 속으로'라는 행사는 그렇게 마련됐다.
지금 법원은 다시금 소통의 일환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여름방학을 보내는 대학생들에게 재판 절차를 이해하고 법원의 업무를 체험하는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은 국민참여재판을 지켜보고 법관과 대화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또 형사모의재판에도 참여한다. 수료증도 받는단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 증서에는 '서울고법 인턴십 프로그램 수료'라고 적힐 예정이다. 정확히 3일간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만 하면 법원의 '인턴십'을 거친 사람이 되는 셈이다. 특정한 기간 동안 임시사원, 즉 인턴으로 근무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턴십. 치솟는 청년실업률을 억누르기 위해 진행했던 행정인턴이 최장 1년간 근무했던 것에 비춰보더라도 어폐가 있다.
물론 복잡한 실무를 대학생에게 맡길 수 없는 법원의 사정은 이해가 간다. 대학생들을 모아놓고 '체험학습'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법연수원에서 다른 직역을 체험하는 기간을 인턴십이라고 지칭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기소개서에 '서울고법 인턴십 수료'라고 적혀 있을 때 인사 관계자들은 십중팔구 '이 친구가 법원에서 일을 했군'이라고 오해할 거다. 소통하려는 시도는 좋다. 그런데 단어부터 맞춰나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