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세월호 유족 고통앞에 중립 지킬수 없었다"

교황 노란 리본 착용·세례 등 깊은 관심보인 이유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달고 유족에게 세례를 주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교황은 18일(한국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 제안에 교황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세월호 추모의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선물 받았다. 이후 그는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각종 행사에 나섰고 이날 귀국 길 기자회견에도 이 리본은 교황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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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를 만났을 때도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며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여기겠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호진씨에 세례를 하며 세례명으로 자신의 이름인 '프란치스코'를 줬다.

교황은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할머니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다"면서 "이들이 이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다"면서도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인 만큼 희망이 있다는 기대를 표했다.그리고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하고 예정에 없던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자신에게 쏠리는 대중적 관심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교황은 "인기라는 것은 기껏해야 2∼3년밖에 가지 않는다"면서 "거만해지지 않고자 내적으로 내 죄와 잘못을 돌이켜 본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낮 12시50분 전세기를 타고 성남공항을 출발, 19일 오전 0시45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함으로써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모두 마쳤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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