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멍뚫린 이라크교민 안전

한국인이 또다시 이라크에서 반미 저항세력에 인질로 잡혀 참수위협까지 당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라크에서 한국인이 테러의 목표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 오무전기 직원들이 티그리트 고속도로 상에서 총격을 당해 4명이 사상한 것을 비롯해 벌써 네번째에 이른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4월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목사 일행 7명과 지구촌 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 등은 풀려났지만 이번에 인질로 잡힌 가나무역 직원인 김선일씨의 경우 우리나라가 파병을 결정한지 3일만에 한국군 철수와 추가파병 철회를 겨냥한 납치여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파병을 결정하면서 당연히 예상됐던 교민피랍 사태에 무방비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5월 미국인 닉 버그씨에 이어 지난 12일 다시 미국인 폴 존슨씨가 참수 살해되었음에도 김씨의 피랍사실이 나흘 뒤에야 확인됐다는 것은 교민안전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현재도 이라크 현지에 67명의 교민들이 체류하고 있는 만큼 언제 어디서 피랍사건이 다시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2월 말 이라크에 2억2,000만달러 규모의 재건공사를 수주해 5명의 직원을 파견했다가 현재 1명이 남아있는 상태이나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훨씬 많은 한국인력을 파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라크 외에도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는 여타 중동지역 중 어느 한곳도 교민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긴급대책본부를 구성해 현지에 고위인사를 파견하는 한편 지난 4월 무사 귀환한 일본인의 경우를 참고해, 이라크 성직자협회 등의 협조 아래 다각적인 협상에 나섰다. 무엇보다 김선일씨를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협상과정에서 이라크 주둔 또는 파병예정 한국군이 의료와 전쟁복구지원을 위한 것임을 중점적으로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4월에도 한재광씨와 함께 가나무역 직원 한명이 억류됐다가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철수 권유를 듣지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음을 주목해 보다 철저한 안전확보장치를 강구하든지 아니면 강제 철수조치라도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추가 파병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파병반대 여론이 고조되리라는 점도 충분히 예상된다. 정부는 파병의 규모와 시기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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