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9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 지난 2003년말 골드만삭스는 이른바 브라질(B)과 러시아(R), 인도(I), 중국(C)을 포괄하는 `BRICs' 경제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중국경제가 끝내 세계최강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해 세계를 놀래게했다.
간단히 말해 중국은 달러화로 환산한 경제규모에서 향후 4년 내에 독일을 따라잡고, 2015년에는 일본, 2039년에는 미국마저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어느덧 미국의 자리까지 넘보는 무서운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 최고의 아시아통으로 꼽히는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최근 출간한 `동쪽으로부터의 천둥:떠오르는 아시아의 초상(Thunder From the East: Portrait ofa Rising Asia. 국내에서는 `중국이 미국 된다'로 번역됨)에서 중국이 2020년에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미국을 앞서고 2040년까지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예측이다.
전문가들도 일정 부분 흐름을 같이한다. 이들은 중국이 오는 2010년에 일본을제치고 성장의 속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일본 추월의 기세를 이어갈 경우 미국도 넘을 수 있다는 것이 `차이나 쇼크'의 골자다.
홍콩의 대표적 금융 전문가인 조셈 얌(任志剛) 홍콩금융관리국 총재는 "중국의세계경제 서열은 7위지만 영향력은 미국 다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정말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많다.
거대한 국내시장과 높은 소비수준,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넘는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중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미국 추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학적인 잣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예측이 동원된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미국의 GDP는 9조달러인데 반해 중국은 그11%인 1조달러에 불과했다. 세계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이 35.5%이고 일본 14.9%, 독일 6.0%, 영국 4.5%, 프랑스 4.1%인데 반해 중국은 아직 보잘 것 없다.
지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3.24%였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을 봐도 3.21%로 비슷한 수치다. 대체로 3%대로가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지난 20년 간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이어왔다. 일반적으로 고성장의 시기가 지나면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는 특성이 있지만 중국의 경우 과거 일본처럼 급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광활한 시장이 있기도 하지만 도시와 농촌, 지역간 격차가 크고 소비수준과 제3차 산업의 비중도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발전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중국국가통계국의 장기 예측 자료를 보면 중국은 앞으로 10년 간 연평균 7.5%의성장을 하고 그 다음에는 10년마다 성장률이 1% 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10∼20년 후엔 6.5%, 20∼30년 후엔 5.5%가 될 것이란 얘기이다.
당장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성장률은 9.8%에서 9.6%, 9.1%로 점차 낮아졌다. 경기 과열을 식히는 정책의 효과였다.
조만간 나올 4분기 성장률도 이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관변 연구기관들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대개 8%대. 앞서 중국 정부가 정책 목표로 제시한 7%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무리 과열 대책이 시급하다고해도 내년 성장률이 7%를 밑돌아선 곤란하다.
도농간 격차, 지역간 격차, 수입 분배의 문제, 국유기업을 떠난 이른바 '샤깡'(下崗) 문제, 실업문제 등은 고성장을 통해서만 해결의 희망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질적인성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말하자면 미국을 앞서기 위해 아무리 가속도를 붙이려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성장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측면도있다는 것. 이른바 `자원의 한계'가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3년 중국 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3.8%에 불과한데 강재와석탄, 시멘트 등 주요 자원 소모량은 세계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시멘트는 무려 50%를 넘어서 있다. 산출에 비해 투입이 많은 고비용 성장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생산방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코트라 중국지역본부 박한진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이라면서 "하지만 중국이 현재와 같은 성장 일변도로 나가면서 자원부담을 견뎌내지 못할 경우 가설이 현실로 나타나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하지만 "`중국이 미국?추월할까'라는 가설이 국제경제계에 확산되는 것 자체가 중국경제의 무서움을 말해주는 대목"이라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더욱 세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