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신흥국간 벌써 '총성없는 전쟁'

"차기 IMF총재 자리 절대 뺏길 수 없다"<br>스트로스 칸 사임 기정사실화<br>후임자 물색싸고 기싸움 가열<br>열쇠 쥔 美 "누구편 드나" 관심

"(스트로스칸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을 이끌 수 없는 상황임이 명백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거취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가이트너 장관은 스트로스칸 총재의 공식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서열 2위의 존 립스키 부총재를 IMF 이사회가 임시 총재로 공식 지명해야 한다면서 스트로스칸 총재를 향해 제기되는 자진 사임 압박에 무게를 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성폭력 미수혐의로 구속 수감된 스트로스칸 총재에 대한 사임 압박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후임자 물색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유럽-비유럽 국가들간 엇갈린 이해관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마리아 페크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보석신청도 기각된 상황을 감안할 때 그 스스로가 조직(IMF)에 해를 끼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IMF는 이번 사안에 관해서는 총재에 대한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밝혀 그의 사임을 압박했다. 국제 여론은 이미 그의 사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IMF가 무죄라며 버티는 그를 강제 직위해제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24명으로 구성된 IMF 이사회는 상당 지분을 보유한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총재를 해임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스트로스칸' 체제에 대해 회원국들간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 IMF 총재는 유럽, 세계은행(WB) 총재는 미국이 차지하는 구도가 유지돼 왔지만, 신흥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통적으로 유럽이 배출해 온 iMF 총재직을 이번에는 신흥국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반면 유럽 정부들은 하필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인 이 시점에 비유럽권 출신 IMF 총재를 맞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총재직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이머징마켓에서 총재를 배출한다면 IMF가 유럽 재정위기 대처에 소홀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IMF 최대 지분 보유국인 미국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유럽측이 후임자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는 인사는 크리스틴느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다. 다만 그녀는 프랑스에서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전 총리도 물망에 올라 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현직 총리의 반대에 부딪친 상태다. 독일은 자국 출신 후보를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신흥국은 첫 IMF 총재 배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트레버 마누엘 전 남아공 재무장관과 아르미니오 프라가 전 브라질 중앙은행장, 케말 데르비스 전 터키 재무장관 등이 모두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는 신흥국 출신 인물들이다. WSJ은 "유럽은 다른 (지역) 후보가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미국 및 주요 신흥국들과 합의를 도출해 IMF 총재직을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최종 결과의 핵심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스트로스칸 총재의 공석을 메우고 있는 존 립스키 임시 총재의 위치를 공고히 함으로써 공식 후임자가 결정되기까지 IMF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립스키 부총재는 오는 8월 사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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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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