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홈스쿨 2001] 학습지 교사 황선미씨

"아이 재능확인 너무 즐거워요"아파트 단지를 빠른 발걸음으로 옮기는 중에도 연신 웃음을 잃지 않고 마주친 아이들에게 정겨운 인사를 하는 아줌마. 경기도 일산에서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는 황선미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저 아이들의 재능을 확인하는 것이 즐거워 이 일을 하는 것 뿐 이예요." 그가 학습지 선생님으로서 입사한 것는 8년 전인 1993년. 전업주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평소 선생님이 꿈이었던 그녀의 눈에 띤 것이 학습지 교사였다. 황 교사는 "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들뜨게 했다"며 "더구나 어린이들에게 재능을 키워 주는 일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보다 의미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가 '학습지 선생님'이 되기까지는 큰 시련도 있었다. 입사초기 자폐아인 석현이를 만난 것. 석현이는 학습을 위해 방문한 그녀에게 소리지르며 달려들었다. 이상한 몸짓에 대꾸조차 하지 않는 석현이가 부담스러웠다. "난 학습지 선생님일 뿐인데." 자신에게 들려오는 안일한 생각에 자신을 맡기면 편하리라 생각도 해보았지만, 석현이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히 들려왔고 그것은 교사로서의 양심의 소리였다. "그때처럼 '선생님'이라는 말이 거추장스러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 황 교사의 회고다. 하지만 아이사랑에 대한 자신의 첫 다짐을 그녀는 버릴 수 없었다. 석현이도 차츰 그를 받아들였고 선생님을 끌어안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석현이의 행동 속에 변화에 대한 놀라운 신비가 담겨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재능이 있는데 문제는 그 재능을 가로막는 인습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는 저에게 누구든지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어쩌면 저의 스승이었는지도 모르죠." 그가 있어 겨울바람 매서운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가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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