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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파생상품 시세조종 사범 첫 적발
주가 조작 외국계증권사 前임원·대기업 간부 불구소 기소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200억원이 넘는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이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인 주식가격을 경쟁적으로 조작한 외국계 증권사 전직 임원과 대기업 간부가 검찰에 적발됐다. 계약구조가 복잡해 형사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외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형사처벌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진경준)는 7일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인 '낙아웃 옵션'계약과 관련해 기초자산인 씨티은행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외국계 증권회사 D사의 전직 임원 손모(45)씨와 대기업 A사 자금팀장 전모(4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사는 지난 2003년 4월23일 한미은행(현 씨티은행) 주식 285만9,000여주를 226억원(주당 7,892원)에 D은행에 매각하면서 1년 만기 낙아웃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은행 주가가 계약만료일(2004년 4월23일)에 매각가인 주당 7,892원에서 1만5,784원 사이에 형성되면 D사가 A사에 최대 226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반면 계약기간 중 주가가 1만5,784원을 넘으면 계약이 자동 종료되면서 7억원만 받고 주가가 7,892원 이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손씨는 계약만료일을 앞둔 2004년 2월19일 한미은행 주가가 장중 처음으로 1만5,700원대후반으로 근접하자 장 마감(오후3시) 직전인 오후2시 50분께 한미은행 주식 10만주에 대한 매수주문을 내 동시호가직전가격을 1만5,8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계약을 종료시켜 손실액을 7억원으로 막으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A사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A사 자금책임자인 전씨는 장 마감 20여초 전인 2시59분 37초에 회사가 보유한 한미은행 주식 35만주에 대해 하한가 매도주문을 내 종가 예상가격을 1만5,300원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D사는 A사의 매도주문이 나온 지 6초 뒤에 다시 93만주를 1만5,800원에 매수하는 주문을 내 예상가격을 올렸다. 결국 당일 종가는 이 가격에 결정됐고 D사는 총217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두 회사의 주가조작은 금융감독원에 뒤늦게 적발됐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대형 증권회사와 국내 대기업이 장외파생상품을 놓고 양방향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며 "장외파생상품 관련 시세조종 사범을 최초로 적발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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