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는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감독이 스스로 1달 동안 패스트푸드만 먹으면서 몸무게 및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간기능 저하 등 자신의 신체변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 영화는 확산되고 있는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국에서도 한 환경단체가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를 제작하기 위해 지원자가 실험에 참가했으나 건강에 대한 치명적인 위험으로 24일 만에 실험이 중단됐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시도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먹을거리가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먹는 것이 결국은 잘사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TV를 보더라도 각종 요리의 맛과 영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부쩍 많아진 것을 보더라도 먹을거리와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농무부에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강식단 피라미드를 개발, ‘마이 피라미드’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시간당 540만명이 접속하는 등 한때 서버가 다운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말에 새삼 공감이 간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고 잘산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무수히 많은 건강 관련 서적, 언론매체를 통한 보도 등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을 많이, 그리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장수하는 사람들 중 유독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겠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의무이다. 전쟁의 위험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고전적인 국가의 의무였다면 오늘날은 평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현대국가의 의무이고 책무이다. 물론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사전적으로 국민들이 병들지 않도록 국민건강을 지켜내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국민건강을 지켜내는 일에 있어서 최일선에 있는 것이 먹을거리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의 역할이다. 국민들에게 품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할 수 없는 농업은 더 이상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신토불이’도 품질이 뒷받침되고 국민의 신뢰를 전제로 할 때만이 지속될 수 있다. 우리 농업인들의 더 많은 분발과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한국 농업에 주어진 새로운 기회이자 활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