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예정된 서울~대전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운영시스템이 결정되지 않아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들인 고속철도 개통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 고속철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철도구조개혁에 대한 입법이 지연됨에 따라 아직 운영주체가 확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철도청의 구조개혁과 맞물려 있는 고속철도 운영과 관련해 철도청을 철도운용주식회사와 시설공단으로 분리하는 조건으로 일반철도와 고속철도의 통합운영을 허용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철도청이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고속철도 운영주체를 둘러싼 이 같은 딜레마를 타개하고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고속철도를 일반철도와 분리 및 통합 운영했을 때의 득실을 정밀하게 분석해 야 한다. 그런 후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분리 및 통합운영은 각기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어느쪽이 더 바람직한 방안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창출하는 효율성에 두지 않을 수 없다. 11조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된 고속철도는 시작부터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수 밖에 없다. 고속철도 건설비의 65%는 반드시 상환해야 하는 민간 자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5년 국유철도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영개선 5개년 계획을 추진해온 국유철도의 경우 해마다 적자규모가 늘어나 2001년 한해동안 7,5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5년간 누적적자는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유철도는 현재 2차 경영개선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간 적자규모는 1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유철도의 이 같은 경영사정에 비추어 고속철도와의 통합운영이 이뤄졌을 경우 초래될 결과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같은 철도이긴 하지만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는 휴대폰과 일반 유선전화기처럼 특성과 운영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일본 프랑스 등 모든 나라들이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를 분리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이한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철도사업의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현재 철도사업을 국유 국영에 의해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남북한과 스리랑카등 3개국에 불과하다. 고속철도 운영이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요망된다.
<서정명기자 vicsja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