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면소·무죄 기대했는데…" 삼성 당혹

[이건희 前회장 집행유예 선고]<br>"내부사기에 영향" 우려속 공식입장 표명 안해<br>큰사건 법적 결론… 경영승계 한층 속도낼듯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14일 오전 특검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서초동 서울고법을 떠나고 있다. /홍인기기자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 선고에 대해 삼성그룹은 이건희 전 회장의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경영행위에 유죄가 선고됐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은 1, 2심 판결처럼 면소 내지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 판결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경영권 승계와 직접 관련 있는 에버랜드 BW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에 이어 이번 삼성 SDS BW 건까지 결론이 내려짐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 2심 무죄, 면소 판결이었는데…" 이날 재판정에는 삼성 측에서는 윤종용 고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등 10여명의 최고 경영진이 나와 선고공판을 지켜봤다. 이번 재판으로 10여년을 끌어온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삼성 측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삼성은 지난 5월 경영권이 걸려 있는 에버랜드 사건이 무죄로 결론 났음에도 이 전 회장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삼성SDS 사건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삼성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특별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룹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1심의 면소 판결에 이어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사안이 대법원을 거쳐 다시 유죄로 결론 내려져 당혹스럽다"며 "전체 사기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APㆍ블룸버그ㆍAFP 등 외신들은 이날 재판소식을 긴급 타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AP의 경우 이 전 회장이 지난해에도 조세포탈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며 이번 판결이 '한국의 거물'인 이 전 회장에 대한 또 하나의 법률적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경영권 승계 속도 붙을 듯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등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전 회장 퇴진 뒤 도입된 독립경영 체제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룹 전략 기획실 해체 이후 시작된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하에서 삼성 그룹 각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며 선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나 특검 측의 재상고 여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되겠지만 경영권이 달린 사건(에버랜드)과 이 전 회장의 실형 여부가 달린 사건(삼성SDS) 등이 법적으로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은 올 초 경영진 인사를 통해 이재용 체제에 대비한 인적 변화를 꾀했다. 또 다가오는 정기인사도 올해 말로 앞당겨 조직을 추스르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재판 이후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하는 등 변화가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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