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 7대 사업의 대가로 북한에 5억달러를 송금했다”며 “이것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16일 오후 금강산 육로시범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뒤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대북경협사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 당국의 깊은 이해와 협조가 불가피했다”고 밝혀 대북송금과 경협사업 추진과정에 정부가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5억달러 규모에 대해 “2000년 5월께 북쪽과 합의했다”며 “정부는 금액에 대해 개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정상회담이 남북경협 외에 남북간 긴장해소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해 북측에 (정상회담)의사를 타진했다”면서 “북측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해 2000년 3월8일 박지원 실장과 송호경 북한 아태부위원장의 첫번째 만남을 (현대가) 주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가 출범 이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여러번 언급했다”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보증의 필요성을 느꼈고 북측도 공감해 정상회담을 북쪽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7대 대북사업 독점권을 외국기업이 아닌 현대가 확보함에 따라 향후 남측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그 동안 합의서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대북사업에 관심을 보여온 일본ㆍ독일ㆍ호주 등과의 불필요한 경쟁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도 북한에 돈을 보냈는지와 관련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송금이 늦어져 정성회담이 연기됐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특검을 실시할 경우 “당연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