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중반 인텔과의 경쟁에 밀려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휴대전화용 '베이스밴드 칩셋' 시장에서 또 다시 인텔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이에 베이스밴드 칩셋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TI가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연패'의 수모를 당할 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인터넷이 가능한 고성능 휴대전화 보급에 따라 베이스밴드 칩셋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인텔, 모토롤러, 퀄컴 등이 TI의 권좌를 노리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베이스밴드 칩셋은 DSP(디지털신호변환장치) 반도체와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타 주변 기기들로 구성된 고성능 휴대전화의 필수 부품으로 휴대전화 전체 생산 비용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비율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컬러 스크린에 게임 같이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동이 가능한 고가 휴대전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향후 그 비율이 65%까지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텔, 퀄컴, 모토롤러 등 3사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도 베이스밴드 칩셋이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금맥'이 될 것을 감지했기 때문. 실제로 모토롤러와 퀄컴은 작년에 각각 13%와 12%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3사 가운데 TI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인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과거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패한 피해의식이 있는데다 인텔의 '막강' 연구개발(R&D) 능력 때문.
더구나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연합체제(윈- 텔연합)를 구성, 베이스밴드 칩셋에 MS의 모바일 운영체제를 연동할 계획이어서 더욱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TI는 현재까진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칩셋 시장의 50% 이상을 점하고 있는데다 매년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또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노키아 및 에릭슨과 손잡은 데 이어 휴대용정보단말기(PDA) 업계의 최강자인 팜과도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힘이 되고 있다.
TI 무선사업부문 부사장인 길스 델파시는 "인텔 도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휴대전화와 PC는 다른 문제"라며 "이번엔 전혀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