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방극장은 지금 '사극 열풍'

"높은시청률에 막대한 판권 수입 보장"<br>소재 다양화·뛰어난 영상미로 좋은 반응<br>'홍길동'등 제작 검토… 당분간 바람 이어질듯





TV가 사극에 빠졌다. 사극 열풍이 아닌 ‘태풍’ 수준이다. KBS의 ‘대조영’을 비롯, SBS의 ‘왕과 나’, MBC의 ‘이산’, ‘태왕사신기’까지 일주일 내내 사극이 주요 방송시간대를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TV 영화 채널, 채널CGV와 드라마 채널인 MBC드라마넷도 사극 제작ㆍ방송에 나서고 있다. 물론 사극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사극이 집중적으로 편성되며 인기몰이를 한 적은 없었다. 안방극장의 사극 바람,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진화하는 사극 사극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사극에서는 소재의 다양화와 영상미가 돋보인다. 과거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정치 세력간 갈등과 권력을 향한 암투를 그린 사극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SBS의 ‘왕과 나’는 국내 사극에서는 처음으로 내시 처선의 삶을 다뤘다. ‘왕과 나’는 기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비주류였던 내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MBC의 대작 ‘태왕사신기’는 화려한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제작비만 430억 원이 들어간 ‘태왕사신기’는 정교한 CG(Computer Graphic)를 선보이고 있다. CG로 되살아난 사신(四神)의 모습은 웬만한 영화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격구를 하는 장면 등은 기존의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채널CGV의 ‘8일’ 역시 기존의 인물 중심의 사극 전개 방식에서 탈피, 정조가 수원으로 ‘원행’을 떠나는 8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펼쳐진다. 미스터리 사극을 표방해 정조를 암살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정약용 간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최근의 사극이 한 인간의 삶과 내적 고뇌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MBC의 ‘이산’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정조의 고민을 담고 있고 SBS의 ‘왕과 나’는 임금(성종)과 내시 처선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만큼 인생과 세상살이의 고민을 풀어내는 예술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 돈되는 사극 하지만 사극에 이러한 원동력을 주고 있는 것은 결국 ‘돈’이다. 사극 제작이 높은 시청률과 수익을 담보해주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소위 ‘대박’ 작품은 주로 사극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드라마라는 말을 들었던 ‘주몽’은 평균시청률 40.2%를 기록하며 35주 연속 시청률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KBS의 ‘대조영’도 평균 35% 내외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SBS의 ‘왕과 나’ 역시 20%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고 MBC의 ‘태왕사신기’는 방송 4회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하기도 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도 시청률이 20%대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인 셈이다. ‘사극=높은 시청률’이라는 공식이 나올 정도다. 이는 지상파TV를 보는 시청자 층이 고령화돼가고 있는 상황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풀이된다. 구본근 SBS 드라마국장은 “20~30대가 지상파TV에서 떠나고 주로 40~50대 이상이 지상파TV를 보는 상황에서 사극은 이들 세대의 남녀 공히 볼 수 있는 장르”라고 말했다. 사극 시장이 해외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MBC의 ‘대장금’은 세계 각지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꾸준히 판권 수입을 올리고 있다. MBC ‘주몽’의 제작사였던 초록뱀미디어와 올리브나인, 방영사였던 MBC는 ‘주몽’으로 막대한 수입을 거뒀다.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수출로만 77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협찬 수익, 부가 수익, MBC의 광고 수입, VOD 콘텐츠 판매 등으로 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태왕사신기’도 오는 12월3일부터 일본 NHK의 위성채널인 ‘하이비전’을 통해 방송됨으로써 일본 내 ‘태왕사신기’ 바람을 몰고 올 예정이다. 박웅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연구원은 “이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 사극에 대한 시장이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어느 정도 유행을 타는 부분도 있지만 국내외 시청자들의 사극에 대한 많은 수요를 제작사들이 잘 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극열풍은 이어진다 사극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내년에도 새로운 형식과 소재의 사극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KBS는 ‘홍길동’을 MBC는 ‘선덕여왕’, SBS는 ‘일지매’ 제작을 검토 중이다. 올리브나인은 고조선을 세운 단군을 소재로 한 사극을 제작할 예정이어서 사극 바람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물의 경우 삼각관계, 불륜 등 식상한 내용의 반복과 소재 고갈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어졌다는 것도 사극 열풍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트렌디 드라마가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사극만큼 시청률 측면에서 안정적인 장르가 없기 때문이다. 고영탁 KBS 드라마1팀장은 “현대물의 경우 더 이상 소재 확대가 힘들지만 사극은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시청률면에서 분명 효과가 있는 만큼 한동안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주몽’ 이후 사극의 배경이 상고사로 올라가는 등 소재와 전달 방식이 다양해져서 당분간은 사극 전성 시대가 펼쳐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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