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국가는 국민들이 의미 있는 참여를 하기에는 너무 크지만, 전 지구적 문제와 도전에 힘을 행사하기는 너무 작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의 저자가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도시, 즉 도시간의 연합이다.
도시는 추상적이고 이념논쟁에 빠져있는 국가와는 다르다. 도시는 우리 자신이며 실제로 무언가 일어나는 곳이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면서 배우고, 사랑하고, 일하고, 잠자고, 놀고, 성장하고, 먹고,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는 21세기 지구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국가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도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도시들이 그 지도자인 시장을 대표로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의존적ㆍ문제해결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보면 독립적인 국가의 주권은 협력을 막는 장애물이다. 이제 국가라는 무거운 테두리를 벗고 도시라는 민첩하고 실용적인 단위로 움직일 때 많은 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도시의 정치는 국가의 이념적 정치와 판이하게 다르다. 조약보다는 교통을, 원칙보다는 도로에 파인 곳을, 전쟁보다는 쓰레기 처리와 관리에 신경을 쓴다. 문제를 고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도시의 정치다. 도시는 다문화적이며 열려 있고 참여적이며 민주적이고 상호 협력적이다. 이러한 소통, 창의력, 연결성이 도시 간의 협력을 통한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가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게 '전 지구적 시장 의회'를 제시하는 생각은 도시의 이러한 속성에 근거한 것이다. 저자는 고대 도시 폴리스(polis)을 잇는 코스모폴리스(cosmopolis)시대가 이제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책에서는 현재의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도시에서 교육, 교통, 일자리, 안전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 주거지가 분리됐고 시민들은 상호간에 평등하지도 않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이 도시의 속성 때문이라기보다 간접민주주의와 국가 단위의 통치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는 이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치유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는 우리의 생존과 행복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들을 그동안의 이념과 원칙이 아닌, 실질과 행동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값 2만8,000원.
/최수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