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불길한 예감

제4보(45~55)


흑49까지 너무도 쉽게 흑대마가 수습되었다. 이렇게 되니 백은 집다운 집이 없다. 헤딩으로 공격한 수는 역시 과수였던 것이다. 백52, 54로 신천지를 개척해 보았지만 뤄시허는 노타임으로 55로 끊었다. 흑61을 보자 이창호는 15분간 장고했다. “버리고 둘까를 고민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김성룡이 제시한 그림이 참고도의 백1 이하 5였다. 이 코스라면 중원의 백도 굉장해서 흑도 겁나는 바둑일 것이다. 그러나 이창호는 이 호쾌한 코스를 택하지 못하고 62로 연결했다. 노타임으로 놓이는 흑63. 가로 기어나오는 축머리인 것이다. “일단 흑의 호조입니다.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요.” 김성룡이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라 함은 이창호가 뤄시허에게 패하여 삼성화재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함이다. 세계선수권을 15회나 차지한 이창호가 세계선수권전에서는 8강에도 진입한 일이 없는 뤄시허에게 패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대국장인 삼성화재 본사의 검토실에는 10명이 넘는 청소년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화제의 초점은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이창호가 왜 헤딩 같은 노골적인 공격수를 시도했느냐였다. “뭔가 권도를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야.” “최종 결과를 봐야 되겠지만 뤄시허가 일단 이창호를 격동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아.” “속기로 일관하는 점도 이창호를 자극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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