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에 떠도는 현철 커넥션 정체

◎“인허가사업 뒤엔 「소산」 있었다”/공기업 매각·민방 등 이권마다 개입/학연바탕 인맥형성 막강파워 행사『문민정부의 대형 인허가, 이권사업뒤에는 「김현철 마피아」가 개입했다.』 15일 검찰에 소환된 김현철씨와 그의 측근들이 문민정부에서 이뤄진 각종 인허가사업, 공기업민영화 등에 개입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검찰수사에서도 현철씨와 측근들을 둘러싼 비리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의혹에 연루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등 재계의 긴장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소산(현철씨의 별칭)마피아」들은 소산의 막강파워를 최대한 활용, 공기업민영화, 국책사업의 인허가, 관급공사 수주 등 각종 이권특혜사업에서 무소불위의 입김을 행사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떡고물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민정부 들어 급부상했던 신흥그룹들의 배후에 소산이 있다는 유착루머도 끊이지 않았으며 이는 최근 검찰수사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공기업민영화=문민정부들어 공기업민영화가 많이 이루어져 재계의 사업권 수주경쟁이 치열, 각종 소산커넥션의혹이 제기됐다. 도로공사가 소유하고 있던 고속도로 휴게소를 비롯, 대한중석 새한종합금융 등이 대표적인 민영화 공기업들. 소산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이성호 전대호건설사장의 경우 휴게소중 노른자위인 소사휴게소 사업권을 따내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각종 국책사업 개입설=유선방송과 민방사업자 선정문제 등이 집중부각되고 있다. 유선방송의 경우 이 전 대호건설사장이 서초 CATV등 전국의 8개 유선방송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철씨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사장은 포철의 대전이남지역 스테인리스 독점판매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소산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재벌들은 지역별 민방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소산마피아에 맨투맨식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홈쇼핑TV의 경우 당시 경합을 벌이고 있던 전홍을 제치고 삼구쇼핑이 선정된 배후에는 소산마피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소산의 금융계대리인이었던 H은행의 Y회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부산민방과 부일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된 한창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창은 사업권자로 선정된 후 대표가 현철씨를 두번이나 만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다 김종석 회장이 민주계실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이같은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 이권=정보통신과 관련된 각종 이권사업에 현철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95년말부터 재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김기섭씨의 막후 영향력으로 PCS사업권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솔의 경우 대선자금 잉여분 70억원을 위탁관리해준 사실과 사업권 획득과 관련한 대가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의 대표적인 K2(경복고)인맥인 이석채 전 경제수석이 정보통신부장관이 되고 나서 사업자 선정방향이 바뀐 것이 결국 한솔 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통부는 한솔 등 마이너그룹의 사업권 획득을 유리하도록 재계 빅4의 장비제조군과 비장비제조군으로 나누었으며 계량할 수 없는 도덕성을 중요 심사항목으로 추가, 한솔 등 특정업체를 봐주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 국제전화사업자 선정때 정통부가 그랜드컨소시엄을 유도하여 한전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낸 것이나, 미 PCS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에 한국기업들이 1억달러 가까운 막대한 돈을 출자한데도 현철씨나 주변인사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예컨대 한전은 96년 3월 이사회에서 넥스트웨이브에 대한 출자 포기를 결의했다가 4월초 석연찮은 이유로 이를 번복했다. 재계는 이와관련, 한전의 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모컴퓨터의 L회장이 이른바 재계의 신민주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한전은 또 올해 제2시내전화사업자 선정때도 사실상 동일계열인 두루넷과 함께 14%의 지분을 확보했다. 넥스트웨이브의 회장인 앨런 살마시는 국내에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을 제공한 미퀄컴사의 전 부회장으로, 현철씨 주변인사인 재미변호사 B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씨는 넥스트웨이브에 출자한 기업들의 중개인으로 활동하면서 이들 기업이 지분확보 등에서 혜택을 입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동문기업인과 2세경영인클럽 커넥션=현철씨의 경복고 고대동문 기업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경복고 동문인 두양 김덕영 회장, 우성 최승진 전 부회장, 신영환 신성그룹회장 등은 지난 93년 중반부터 95년말까지 매달 2천만원씩 20억원을 소산에게 활동자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산에게 준 돈이 순수한 활동자금으로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철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온 점에 비추어 검찰은 이들 기업이 신규사업들을 추진하면서 현철씨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는 대가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 전 부회장은 우성의 부도를 전후해서 대출과 매각과정에서 소산의 도움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경복고 동문기업인인 해태그룹 박건배 회장, 고대동문인 이웅렬 코오롱그룹회장,장진호 진로회장 등도 소산과 친분을 유지해 왔다. 벤처기업인들과의 유착설도 나돌고 있다. 예컨대 박경식 G클리닉원장과의 갈등으로 화제가 됐던 이민화 메디슨사장의 경우 수천만원대의 의료장비를 전국병원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소산의 지원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소산은 이처럼 문민정부 들어 이권사업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의 비리에 연루된 기업들 가운데는 부실한 재무구조로 쓰러지는 등 소문만큼 그다지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성, 진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영의 정도를 걷기보다는 권력에 대한 로비경영에 의존해온 기업들의 「종착역」이 어떤 것인가를 반면교사로 보여주는 것으로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이의춘·이재권·최상길>

관련기사



최상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