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보이지 않는 활로

제8보 (101~124)



구리가 흑1로 움직였다. 만약 흑이 상변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 버린다면 바둑은 흑의 대승으로 끝날 것이다. 이세돌은 백2로 응수했다. 근거를 박탈하려면 이 수밖에 없다. "살 수 있을까?"(필자) "어렵겠지요."(윤현석)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탈출을 시도하면 어떻게 될까. 백은 2에서 6으로 다 잡자고 대들 것이다. 그때 흑7로 다시 탈출을 시도하면 과연 살 수 있을까. 홍민표7단은 다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불리한 바둑이라면 흑이 그런 식의 탈출도 일단 연구는 할 겁니다. 하지만 구리는 지금 형세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겠지요"(홍민표) "그렇다면 상변에 손찌검을 할 필요가 없었잖아."(필자) "그렇지는 않아요. 나중에 팻감 구실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일단 활용을 해놓으면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생기는 법이지요."(윤현석) 구리는 상변을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흑3으로 말뚝을 쳤다. 이렇게 되면 백4의 응수는 절대. 여기서 흑5로 다시 한번 말뚝을 치자 비로소 구리의 구상이 드러났다. 그는 상변을 살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5분쯤 형세판단을 해보더니 백6 이하 12를 선수로 두고 백14로 호구를 쳤다. "살리자는 얘기지요. 살리지 않으면 진다고 본 겁니다."(홍민표) 홍민표가 타이젬에 참고도2의 백2 이하 백8을 올렸다. "이런 식으로 백이 살면 승부는 전혀 알 수가 없게 되겠군요."(홍민표) 이세돌은 상변쪽으로 탈출하기에 앞서 백16과 백18까지 선수로 이득을 보겠다고 했는데 이 수순이 조금 심했다. 구리가 기민하게 흑19 이하 23을 활용하자 백대마의 활로가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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