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차익실현 "셀코리아 아니다"'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최근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국내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오히려 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1,000포인트까지 쉽게 달려갈 것 같았던 주가가 900 밑으로 떨어져 비틀거리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그 원인이다.
지난 11일 시간외 거래에서 외국인이 SK텔레콤 지분 2,469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지난 2일 이후 8일째 1조4,100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올들어 지난 12일까지의 매도액은 2조5,000억원. 외국인이 다시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면 1,000고지 돌파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매도공세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1,000고지 돌파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지난 2년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들어 나타나고 있는 매도공세는 단순히 '차익매물'을 실현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외국인 매도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매도공세가 마무리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팔만큼 팔 만큼 다시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2개월간 주식을 판 자금의 상당액이 본국으로 송금되지 않고 국내 증시주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국인, 지난 96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기준 순매도
올들어 아직 4개월이 채 안됐지만 연간기준으로 따지면 외국인들은 지난 96년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규모도 2조5,45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더욱이 이 금액의 절반가량이 이달들어 집중됐다. 혹시 '셀 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외국인들의 이 같은 파상적인 매도공세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들의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한국 주식을 모두 파는 게 아니라 주가가 많이 오른 일부 종목에 대한 단순한 차익실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창호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외국인 순매수규모는 18조원에 달한다"며 "이후 주가상승폭이 커 일부 종목에 대한 차익매물이 나오는 것일 뿐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집중된 매도세는 차익매물의 반증
올들어 나타난 외국인 매도세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인 보유 1위 종목이자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규모는 모두 2조4,539억원. 여기에 우선주 2,634억원어치를 포함하면 삼성전자 한 종목에 몰린 매도규모는 2조7,173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매도규모 2조5,450억원을 넘어선다.
외국계 J증권사의 K이사는 "삼성전자를 팔고 있지만 금융업종 등 다른 종목군은 오히려 사들이고 있으며 매수주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삼성전자에만 매물이 몰리는 것인가. 오현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 주가가 이달 초 40만원을 넘으면서 사상최고가를 기록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차익매물이 흘러나왔다"고 분석한다.
또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36만9,000원으로 최고가 대비 하락률이 10% 안팎에 불과한 것도 매도규모를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5,000억원 어치를 매입하고 있고, 기관투자가들도 인덱스형펀드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편입했기 때문이다.
나민호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일부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차익매물을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 외국인도 많다"며 "최근들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외국인은 오히려 삼성전자 IT분야의 성장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자금 이탈도 거의 없어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거의 끝나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비중 중 5%가 차익매물로 나오면서 지분율이 54.95%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 외국인 매도물량이 10만주대로 줄어든 것도 이의 영향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도자금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있는 것도 매도공세가 곧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 3월 1조1,831억원의 외국인 매도금액 가운데 해외로 유출된 금액은 10%를 조금 넘는 1,587억원에 불과했다.
이 달 들어서도 지난 8일까지의 매도금액 7,733억원 가운데 해외유출분은 3,189억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주식자금이 여전히 증시주변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증권 전문가들마다 "외국인이 팔고 있는 현 시점이 우량주를 저점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자금동향에 기초하고 있다.
잠시 발을 빼고 쉬었다가 곧 다시 서울증시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조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