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T 활용 금융투자 사기 주의보

"단 하루에 수백% 수익" 포털 배너광고로 유인<br>불법투자회사 우후죽순<br>무인가 투자사는 파악도 안돼<br>손실 나더라도 보상 어려워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거주하는 강민섭(38ㆍ가명)씨는 최근 스트레스성 위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해 말 포털 사이트에서 알게 된 티디스톡(www.tdstockvip.com)을 통해 투자에 나섰다 손실만 입었기 때문이다.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 글에 속아 처음 1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던 게 화근. 이후 명목상 1,000만원의 매매수익을 올렸으나 티디스톡이 ‘거래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발뺌하면서 투자 자금 전부를 날렸다.

강 씨는 “처음 보는 곳이라 불안해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혁신적 단타 매매 시스템’이란 글이 있어 다소 안도했다”며 “별다른 의심 없이 내부 거래 시스템에서 투자를 시작했으나 결국 이들의 사기극에 말려 어렵게 모아온 쌈짓돈만 잃게 됐다”고 호소했다.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불법 금융투자회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지금껏 지하세계에서 조심스럽게 활동했던 불법 금융투자회사가 발전한 IT기술을 활용해 점차 진화를 거듭하면서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과거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활동하던 불법 금융투자회사들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이들 불법 금융투자회사의 주요 활동 무대는 인터넷상 공간으로 주로 휴대전화기 문자메시지나 포털 사이트 배너 광고로 투자자를 꾀고 있다. 특히 ‘단 하루에 수백% 투자 수익이 가능한 신상품’ 등 거짓 과장 광고는 물론 몇몇 언론사가 돈을 받고 게재하는 이른바 ‘기획기사’까지도 투자자를 꾀는 미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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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티디스톡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해 9월부터 5회에 걸쳐 불법 사실이 유관기관에 통보된 뒤 홈페이지 폐쇄는 물론 경찰 수사마저 진행 중이지만 현재도 인터넷 도메인을 바꾸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오히려 PC방을 지점화하는 가맹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는 한 국내 증권사 이름을 도용한 애플자산운용도 마찬가지로‘맛있는 사과 나눠 먹는 방법! 원하시는 종자돈을 만드셨습니까? ’ ‘금융투자 나의 맞춤 자산관리’등 달콤한 말로 은퇴자나 고령층 등을 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인가 업체들이 과장광고로 투자자를 유인해 내부 시스템으로 투자자들이 거래하게끔 하는 등 불법 영업이 잇따르고 있다”며 “실제 투자하지도 않으면서 투자한 듯 속이거나 수익이 난다고 해도 돌려주지 않는 등 방법으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증권방송 등 문제로 불공정거래의 온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유사 투자자문회사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불법 투자회사에 유사 투자자문회사들까지 우후죽순 늘고 있다”며 “증시 외부의 ‘지하 경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말 현재 국내 유사투자자문회사는 573개사로 같은 해 하반기 이후 37개사나 늘었다. 2006년(102개사)와 비교해만 6년 새 5배 급증했다. 이들 유사 투자자문회사 가운데 80% 가량이 개인이 운용하는 회사로 투자자들이 혹여 투자 손실 등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보상 등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불법금융투자회사나 유사투자자문회사 등은 정식 시장이 아닌 금융투자업계 내 지하경제라 할 수 있다”며 “유사 투자자문회사의 경우 신고라도 하지만 무인가 불법 금융투자회사는 대체 몇 곳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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