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사이기에 밀린 고객우선주의



최근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났다. "요즘 투자자들이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갖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잠잠하다"고 답했다. 새해 들어 국내 증시가 하락해 주식투자가 뜸한데다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진 것이다.

부동산 펀드는 어떤지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괜찮은 상품이라고 생각되지만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사에서 부동산펀드를 추천상품 목록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 증권사는 계열사인 자산운용사의 부동산펀드가 시원찮은 탓에 추천상품 목록에서 모든 부동산펀드를 빼버렸다.


최근 롱쇼트펀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임원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수익률이 우수한데도 은행에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량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판매처에서 계열사 상품 위주로 고객들에게 추천을 하니 우리 상품은 후순위로 밀린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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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규제로 지난해부터 계열사 펀드판매 몰아주기가 금지됐다.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은 50%로 제한됐다. 은행과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한 지나친 규제라고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불필요한 금융규제를 만들지 말자는 데 동의하지만 금융투자 업체들의 사고가 개선되지 않으면 당국의 규제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 일부 보험사는 계열 자산운용사 판매비중이 96%에 달하기도 했다.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일부 은행은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50%를 넘고 있다.

정부의 규제에 대해 100% 찬성하지는 않지만 금융투자 업계의 자정 의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금융투자 업계는 거래대금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 경쟁업체에 대한 견제와 제 식구 챙기기는 아닐 것이다.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원칙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면 시장 전체에 훈풍이 불어올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자사이기주의가 아닌 고객제일주의로 돌아와야 할 때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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