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볼만한 영화] ‘시카고’

도발적인 율동과 파워풀한 노래로 무대를 압도하는 시카고 최고의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 자신의 눈을 피해 불륜관계를 맺어온 남편과 동생을 사살한 날 밤에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지만 곧바로 일급 살인 혐의로 수감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객석 뒤편에서 벨마를 선망의 눈길로 지켜보던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는 스포트라이트를 약속하며 접근해온 프레드가 자신의 몸만 노린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게 된다. 동경하던 우상 벨마를 감옥에서 마주친 록시는 그녀의 오만한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가까이 다가갈 기회만 엿보고, 벨마는 언론 플레이에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리차드 기어)를 선임해 화려한 무대로 돌가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에게 `뮤지컬의 신`봅 포셔 생애 최고의 걸작 뮤지컬로 잘 알려진 `시카고`는 1975년 초연된 이래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뒀다. 1996년에는 포셔의 친동생인 앤 라인킹이 리바이벌 상연, 토니상 주요 6개부문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2년 현대 브로드웨이 총아로 추앙받는 롭 마셜의 지휘아래 연극, 영화계 최고의 스탭이 모여 `시카고`를 영화화했다. 롭 마셜이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와 공동 연출하고 직접 안무를 맡았다. 드라마의 흐름을 훼손하지 않고, 뮤지컬 신을 절묘하게 배합한 빌 컨던의 시나리오, 포셔와 함께 뮤지컬을 작업한 전설적인 작곡 작사 콤비 존 칸더와 프레드 엡 등 최고의 스탭이 만나 만든 영화 `시카고`를 보면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이 어째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려 놓았는지,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왜 개막작으로 초대했는지 이해된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던 1920년대 시카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정상의 톱 스타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주인공이 서로 막강해진 미디어 파워를 이용해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모습을 위트있게 풍자한 것이 영화의 기본 기둥이다.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스토리 구성에 화려한 춤과 신나는 노래로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 보는이로 하여금 저절로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정열적인 탱고 선율에 맞춰 펼쳐지는 화려한 군무는 차디찬 감옥을 화려한 무대로 재현해 냈고, 변론이 이뤄지는 법정은 화려한 탭 댄스 리듬을 따라 긴박감을 더해간다. 또한 언론을 통해 대중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 기자 회견장의 인형극 장면은 서커스보다 아슬아슬한 묘미를 선사한다. 막이 오르자마자 캐서린 제타 존스가 포효하듯 노래하는 `올 댓 재즈`(All That Jazz), 캐서린과 르네 젤위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이 무브 온`(I Move on).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돌아가며 부르는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등도 매혹적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캐서린 제타 존스와 르네 젤위거의 몸매를 비교하게 되고 그들의 열연에 감탄하게 된다. 존스는 탁월한 가창력과 다이내믹한 댄스를 선보이는 최고의 배우라는 몸매가 무색할 정도로 통통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당시 임신중이었기때문. 그래도 존스는 벨마역을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내세울 만큼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연기해냈다. 여기에 살인사건이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스컴을 이용해 스타에 오르려는 야심을 갖게 되는 록시 하트역을 맡은 르네 젤위거는 파격적인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보여줬던 촌스러움은 없어지고 늘씬한 몸매의 관능미를 마음껏 선보여 작품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 작품은 그에게 2003년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노려보고 있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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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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