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한음 같은 명콤비 되자" 다짐

여야의 새 원내 사령탑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6일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조선시대) 오성과 한음처럼 좋은 친구이자 국가의 일은 무섭게 대립하고 좋은 안을 만드는 사이가 되자"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로 신임 인사차 방문한 김 원내대표와 덕담을 나누며 오성과 한음 같은 명콤비가 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언중유골의 문답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황 원내대표는 조선시대 선조와 광해군 때 죽마고우로 유명했던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예를 들며 "두 정승처럼 좋은 친구이면서 국가의 일은 (당파가 달라) 무섭게 대립하고 그러면서 좋은 안을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선조들의 슬기와 경륜을 본받아 힘을 합해서 어려운 민생과 국제경쟁에서 참 힘들게 헤쳐나가야 하는 나라의 운명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오성과 한음은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를 번갈아가며 맡으며 활약하는 등 선조의 신임을 받았고 어려서부터 재치와 유머가 뛰어났다. 김 원내대표는 황 원내대표의 한문 함자를 물었고 "'큰 도리를 잘 지키고 큰 법을 보호하라'는 뜻"이라는 답을 듣자 "사람의 성격을 정하는 데 이름이 중요한데 황 원내대표의 정치경력에 잘 맞는다"며 "전 제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진짜 표'라고 (선거 때) 했다. 야당으로서 정말 진짜 표를 모아오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마음으로 존경하고 국정경험도 많고 인품이 훌륭하시다"고 김 원내대표를 치켜세운 뒤 "여당은 아무래도 국민의 그늘진 곳,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깜빡 하면 놓치기 쉽다. 야당이 보고 챙기는 하나하나를 무겁게 한 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나하나 잘 모셔 최대한 좋은 국정을 이뤘으면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인간적으로나 정치적 능력이나 훌륭하다"고 예를 갖추면서도 전임 '김무성ㆍ박지원' 원내대표 콤비의 예를 들며 "김 원내대표가 큰 정치를 해줬던 것처럼 통 큰 정치, 야당의 주장을 과감하게 수렴하는 정치를 해달라. 그러면 야당도 통 크게 협조하고 양보하겠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두 사람은 종교와 정치 스타일 등 닮은 점이 많고 과거 인연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은 김 원내대표가 참여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할 때 황 원내대표가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아 사학법으로 심하게 대립하기도 했으나 인간적 신뢰가 있다는 것이 공통된 얘기다. 황 원내대표는 국회 국가조찬기도회장이고 김 원내대표도 독실한 개신교인이며 둘 다 교회 장로다. 정치성향이 비교적 합리적이고 온건한 것도 공통점이다. 황 원내대표가 4ㆍ27 여당참패 이후 쇄신바람을 타고 당선됐고 김 원내대표도 수도권 출신으로 전국정당 강화라는 과제 속에 신승한 점도 유사하다. 국회의 몸싸움을 없애기 위한 한나라당의 '국회바로세우기모임(황)'과 민주당의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김)' 회원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김무성ㆍ박지원 전임 콤비처럼 때로는 파열음이 들리겠지만 경쟁 속의 협력 모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이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하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문제가 두 사람 간 신뢰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