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시론] 규제완화와 공무원 처우개선

金乘郁(중앙대교수·신경제사)오늘날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중상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경제를 통제했었으나, 지나친 규제는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시장을 중시 여기는 자유주의 기조가 일어났다. 그러나 19세기 말 장기불황으로 인해 독일을 중심으로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풍조가 부활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공산권에서 정부가 시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자유주의 진영에서도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 이러한 기조를 신중상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공산권의 비효율이 목격되고, 서구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정부의 재량적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다. 그리하여 영국의 대처 행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세계 각국은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규제완화의 필요성은 그 동안 여러 각도에서 지적되었으며, 현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실적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정작 필요한 규제는 없어지고, 불필요한 규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국민 경제를 위한 규제는 없어지고, 이익 집단의 이익을 위한 규제만 존재하게 되면 국민경제에 큰 해가 된다. 16세기 이후 동양이 서양에 비해서 뒤진 이유는 지배계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제를 잘못 규제하고 착취해서 민간 경제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우리 나라도 왕권이 강해 관리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었던 조선조 중기까지는 상품경제가 발전했지만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철종 이후에 어린 왕들이 즉위하면서 외척정치로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중간 관리층의 착취를 중앙정부가 막을 수 없게 되면서 시장경제 발전이 저해되어 서구 열강의 경제적 침략에 대처할 수 없었다. 오늘날 정치권이나 세무공무원 등에 의해서 발생되는 준조세성 경비는 전근대 사회의 중간 관리층의 착취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 건수와 실적위주로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시킬 수 없다. 규제완화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효과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즉 공무원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서 공무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국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이 국가와 민족보다 자신의 이해를 앞세우기 시작하면 아무리 감시해도 감독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가? 정부예산을 대폭 늘릴 수 없는 현실에서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법은 공무원의 숫자를 줄이는 길 밖에는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채용축소와 민간 위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능 조정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공무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예를들면 사무 자동화와 서류 간소화로 인해서 인력이 남는 동회를 없애 구청이 그 업무를 담당하고, 동회를 민영화시켜 지역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그 인력을 승계시키면 공무원 감축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은 정권이 바뀌어도 장기적으로 지속시켜야 효과가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공무원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공무원의 급여를 현재의 두 배로 올려서 민간부문보다 높은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옆에는 실리콘 벨리가 있지만 서울대학 주변에는 고시촌만 있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 공무원의 보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공직에 대한 인기가 높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 직책에 대한 긍지보다는, 직업으러서의 안정성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목표가 아니다. 이 보다는 높은 보수라는 현실적인 유인을 주고, 경쟁을 도입해서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으로 어느 나라보다 능력이나 경쟁보다는 인맥이나 안면 등이 중요시되어 패거리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정부주도적 경제성장을 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도 공직자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징을 볼 때 공직자가 스스로 명예를 추구하고 자부심과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효과적으로 정부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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