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과 관련, 여당 의원들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세제감면 기조를 유지하면서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을 늘린 대책이라고 합격점을 준 반면 야당 의원들은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유보를 그대로 남겨둔 것은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한 민생외면 개편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각종 세제와 관련한 제도의 일몰을 연장한 조치에 대해 여야는 의견이 확연하게 달랐다. 여당 의원들은 나름대로 서민과 중산층, 고소득층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한 세부담 원칙을 세운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재정안정성을 위한 새로운 세원 확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응급처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감세기조 유지‘바람직’ vs ‘부자감세 불과해’=한나라당 소속인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은 “재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세제개편안”이라면서 “특히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감면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감세기조를 유지한 일괄된 방안으로 본다”면서 “내년 예산을 감안해 다음달 초 당정협의를 통해 이번 개편안에 미진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률 의원은 “부자감세 유지를 비롯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정투입이라는 근본적인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세원 발굴은 불가능하다”며 “알맹이 없는 생색내기 세제개편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법인세ㆍ소득세 인하, 정기국회 ‘뜨거운 감자’될 듯=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빠졌지만 부자감세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는 법인세 및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방침을 놓고 여야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 과정에서 이번 개편안이 통과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민주당 4정조위원장이자 민생회복 투쟁위원회 민생본부 본부장인 이용섭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세제개편안은 정부 주장과 달리 5년간 90조원이 넘는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부족 재원을 메우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지속하는 등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한 ‘민생외면 세제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 2008년 6월 폐지된 금융기관 수령 채권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를 부활한 것은 2011년 세수 5조2,000억원을 1년 앞당긴 2010년에 조기 징수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을 속이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사고”라고 질책했다.
하지만 김 위의장은 “정부가 재정건전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다만 상황을 지켜봐서 세수부족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데도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