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4 법률시장 로펌 대표에 듣는다] <1> 이재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시장개방 맞춰 '24시간 헌신 서비스'로 승부

세계 로펌과 협력 강화… 中 등 해외시장 적극 진출

사회공헌으로 사랑 실천… 칭찬 더 많이받는 한 해로


국내 법률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시장 개방으로 외국 법무법인(로펌)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변호사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안팎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수년째 이어진 경기 불황으로 시장의 저변 확대는 요원하기만 하다. 올해 역시 호재보다 악재가 더 눈에 띈다. 오는 3월에는 미국 로펌들에 대한 2단계 개방이 예정돼 있고 4월께는 2,000여명의 신규 변호사도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2014년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로펌의 대표변호사를 찾아 국내 법조계 현주소와 국내 로펌의 생존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늦가을 재야 법조계는 느닷없는 괴담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로펌 가운데 한 곳이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해 도산의 위기에 몰렸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소속 변호사들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번졌다. "김앤장마저도…" 법조계 안팎으로 술렁임이 커졌고 괴담에 힘이 실렸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누리빌딩에서 만난 이재후(74·사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우리는 여전히 잘하고 있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로펌들이 직면한 팍팍한 현실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갈수록 경기는 침체되는 반면 경쟁은 심해지고 있어서 여느 때보다 험난한 도전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말문을 연 이 변호사는 "김앤장 역시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부인원의 증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성 측면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고 좀 더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불거진 소속 변호사 해외 지원 축소에 대한 소문도 이러한 고민이 다소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수년 간 소속 변호사들이 비슷한 연수를 가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조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정리해보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결국 소속 변호사의 경쟁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이지 인력 구조조정이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축소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시장의 격변기를 맞는 김앤장의 전략은 이 같은 작은 변화에서 비롯된다. 시스템은 유지하되 접근 방식을 좀 더 치밀하고 긴장감 있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 역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지금의 시스템에서 좀 더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정공법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정립된 시스템 속에서의 인적 쇄신이 김앤장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힘이므로 그걸 바꿀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좀 더 긴장감을 가지고 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앤장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팀플레이 전략이나 신규 채용과 투자를 통한 후배 양성 등도 올해 변함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해에도 연수원, 군법무관, 로스쿨 출신 신입변호사를 50여명 규모로 채용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신규 채용에 나설 것"이라며 "뛰어난 성적 등도 중요하지만 친화력 등을 갖춰 팀과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항상 우리가 원하는 1순위 인재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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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법률시장 진출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 연락사무소를 여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거듭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 로펌과 네트워킹을 강화해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 2011년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에 연락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이렇다 할 해외 진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계획이다.

이 변호사가 올해 역점을 두는 부분은 '대고객 서비스'다. 고객 만족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지만 법률시장의 본격 개방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합병이 시작되면 규모의 경쟁은 의미가 없어지고 서비스 경쟁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글로벌 로펌의 경쟁력도 결국은 철저한 고객서비스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김앤장 역시 24시간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훌륭한 결과물을 이끌어 낸다고 하더라도 고객에 대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사의 본분은 고객에 대한 헌신에 있으며 이것은 변할 수 없는 본질"이라며 "좀 더 치밀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작은 부분 하나까지 만족할 만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김앤장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고객 서비스와 더불어 이 변호사가 올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공익활동이다. 김앤장은 지난해 5월 프로보노 전담기구인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1999년부터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에 힘입어 김앤장은 최근 영국 법률전문지 후즈 후 리걸(Who's Who Legal)'이 선정한 세계 10대 프로보노 선도 로펌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새해 첫 만남을 마무리하면서 "올해는 김앤장에 어떠한 한 해가 되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변호사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무탈하길 바란다"면서도 "고객들로부터 김앤장이 잘한다는 칭찬을 좀 더 많이 받는 한 해가 되길 원한다"는 소박한 욕심을 말했다.

He is …

△1940년 서울 △서울고, 서울대 법대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1962년 해군 법무관 △1965년~ 대전지법, 서울지법, 서울고법 판사 △197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9년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04년 한일변호사협의회 회장 △2005년 한국법학원 원장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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