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2일]<1385> 벨그라노호 격침

1982년 5월2일 15시57분, 남대서양 포클랜드 인근 해역. 영국의 공격용 핵잠수함 콩커러호가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를 향해 어뢰를 쏘았다. 7초 간격으로 발사된 어뢰는 모두 3발. 발사 55초 뒤 첫번째 어뢰가 벨그라노호의 함수부를 찢어놓았다. 결정타는 제2탄. 후반부에 명중해 기관실을 파괴하고 탄약고 유폭까지 일으켰다. 벨그라노는 1935년 미국에서 건조된 만재배수량 1만2,242톤급 순양함을 1951년 780만달러에 사들여 운영해온 노후함. 결국 피격 35분 뒤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승무원 1,138명 중 3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이 쏜 제3의 어뢰도 벨그라노와 동행하던 구축함을 장거리에서 맞혔으나 동력이 다 떨어져 뇌관에 충격을 줄 만큼 속도가 나지 않아 불발됐다. 아르헨티나는 이후 바다로 나서지 못해 포클랜드 전쟁은 사실상 이날로 끝났다. 사흘 뒤 프랑스제 엑소세 미사일로 영국의 최신 구축함을 격침시켰어도 전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세계의 언론은 최신 어뢰인 ‘타이거 피시’의 위력을 대서특필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콩커러호가 발사한 어뢰는 1922년부터 사용해온 Mk 8. 영국은 왜 신형을 제쳐두고 구닥다리를 사용했을까. 신뢰성 때문이다. 비단 군대뿐 아니라 기업들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개량을 거쳤다지만 55년 묵은 장비를 유지ㆍ보수할 수 있는 능력이 전장의 승패를 가른 것이다. 국내 업체가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중어뢰가 수차례 실험에서 실패하고 해군으로부터 전량반품 요구까지 받았으나 국가홍보물에서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국산무기로 소개되고 있다. 외화내빈ㆍ허장성세의 대표적인 사례다.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제품은 조직은 물론 국가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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