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수뇌부의 서울대 편중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1급·국장 등 주요 보직에 서울대 상대 출신들이 잇따라 중용되면서 거의 모든 고위직을 독차지하는 양상이다. 임기를 고려하면 소위 서울 상대 카르텔이 2년 이상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고시 출신이 많은 조직 편제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선후배로 얽힌 끼리끼리 문화가 금융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선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이번주 중으로 FIU 원장에서 퇴임하고 조만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정관 변경작업과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하면 이 원장의 공식 취임은 다음달 초로 예상된다.
이 원장이 자리를 옮김에 따라 국장급 인사도 당초 계획에서 틀어졌다. 내부 공모직인 자본시장국장에 응시해 사실상 확정 분위기였던 이병래 전 국장이 신임 FIU 원장으로 이동하고 세계은행(WB)에 파견을 나갔던 김학수 국장이 자본시장국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 1급은 물론 국장까지 포함한 고위직을 모두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채워진다. 현재 금융위 1급 자리는 사무처장과 금융위 상임위원 2자리, 증선위 상임위원 1자리, FIU 원장 등을 포함해 총 5곳. 이 중 원래부터 외부 민간출신에 배정되는 상임위원(김학균·서울대 법대) 1곳을 빼면 모두 서울대 상대 출신이다. 관료 출신이 차지할 수 있는 1급 자리를 싹쓸이하는 셈이다. 고승범 사무처장과 정지원 금융위 상임위원, 김용범 증선위 상임위원은 경제학과 81학번 동기라는 점이 이채롭다. 신임 FIU 원장 승진이 유력한 이 전 국장 역시 같은 학번으로 무역학과를 나왔다. 진웅섭 금감원장(건국대),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전남대), 이해선 원장 등이 금융위를 떠나면서 고위직의 서울대 싹쓸이 현상이 도드라지게 됐다.
금융위 사정에 밝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능력 있는 분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특정 학연 쏠림 현상이 지나친 느낌이 든다면 조직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핵심 보직 국장도 마찬가지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국제 경제),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경제), 김정각 중소서민금융국장(경제), 자본시장국장이 유력한 김학수 전 국장(경제) 등 주요 국장이 모두 서울대 상대 출신이다. 이밖에 이명호 구조개선정책관(법학)과 김근익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경영), 변영한 FIU 기획행정실장(경제) 등도 같은 대학교를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출신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재무부 라인에는 서울대 상대 출신이 많았다"며 "같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