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5월 25일] 생산적 일자리 나누기를 하자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국내고용 시장은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급격히 악화되는 고용불안의 대책으로 지난 3월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 4조9,000억원을 투입하여 일자리 55만개를 만들기로 하였고, 이를 추가 경정예산에 반영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용위기에 대한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 나누기'로 대변되기도 한다. 일자리 나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고용보험 제도를 활용하여 감원 대신 휴업ㆍ훈련 등을 통해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을 확대하고, 무급 휴업 근로자에게도 평균임금의 40%까지 휴업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에 인턴 채용을 위한 별도예산을 배정했을 뿐만 아니라 대졸초임 및 임원급여 삭감을 통해서 마련한 재원으로 공공인턴을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좋은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기회를 확대하여 고용불안으로 야기되는 사회갈등과 불안을 잠재우고 사회공동체와 경영공동체를 촉진시켜 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과 사회 안정망이 대단히 미약한 우리의 실정으로 미뤄볼 때,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의 해고와 실업은 심각한 사회갈등과 불안을 초래해 경쟁력 상실은 물론 국가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생산적이어야 하며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가 기존 일자리 나누기 식의 작업시간 단축, 임금삭감, 순환휴직제 활성화, 휴업수당 조정 등 소극적인 노사 고통분담 차원의 틀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사 간의 고통분담 차원의 틀을 뛰어넘어 보다 더 큰 차원인 포괄적인 국가경쟁력과 생존 차원에서 구상되고 실천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노사 어느 한 쪽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새로운 가치창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나누기' 차원을 넘어서서 '창출' 차원의 틀 속에서 직무와 인적자원 개발 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는 단순히 당면 고용문제의 해결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경제ㆍ기술 및 사회의 지각변동에 따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프로세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단순한 '경기회복형' 전략 대신 '체질변화형' 국가경쟁력 강화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일을 통한 경영공동체와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면 고통분담과 같은 현안의 해결에 한정된 소극적인 일자리 나누기를 넘어 국가발전과 노사 공존공영이라는 적극적인 일자리 나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로 오늘날 세계는 금융위기 차원을 넘어서 경제·기술사회의 지각 변동이 급속도로 일어나 산업사회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식과 창의사회로의 지형변동에 따른 새로운 직무·조직의 출현에 대응한 작업장 혁신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지식과 창의기반 사회에 요청되는 새로운 직무와 조직, 그리고 소요역량에 대응한 작업장 혁신과 함께해야 한다. 작업장 혁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직무개발,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 근로자 역량개발과 삶의 질 향상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생산적 일자리 나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 나누기로 갖게 되는 여유시간은 능력개발로 연동되도록 교육훈련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당 임금과 생산성을 높여 지식기반 사회에서의 근로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에 의한 경쟁전략과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 생산적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는 목표와 비전ㆍ수단의 모색 등 형성적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를 추진하는 주체를 확보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실천적 전략도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는 노ㆍ사ㆍ정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진정한 파트너십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동기유발과 합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정책적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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