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기업 나눔, 이제 시작

삼성전자가 오랜 만에 반가운 소식을 내놓았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을 개발, 비상업적 용도로는 누구나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방법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이와 더불어 완제품을 국내외에 직접 보급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이 계획을 추진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아이캔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의 1호 과제로 선정돼 5명의 임직원들이 본격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아이캔은 맥킨토시 환경으로 일부 공개돼 있던 '아이라이터(eyeWriter)'를 윈도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또 사용자 편의를 위해 키보드 없이도 인터넷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일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소프트웨어도 별도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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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3일 공개한 아이캔은 마치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라는 작품이 현실화된 것처럼 획기적이다. 아이캔을 이용하면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 마우스 커서 등을 조작, 컴퓨터를 쓸 수 있다. 아이캔은 시선에 따라 커서가 이동하고 눈 깜박임으로 원하는 곳을 클릭하는 등의 방식으로 구동된다.

특히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우가 기존에 1,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안구마우스를 마련하지 못해 세상과 완전히 절연한 삶을 살아왔으나, 이번 조치로 단돈 5만원으로 세상과 연결의 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아이캔의 제작방법 공개는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안구마우스의 경우 시판 가격이 1,000만원을 넘었으나 이번에 개발된 아이캔은 5만원 이내의 재료비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아이캔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공개된 매뉴얼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아이캔 공개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대기업 때리기 열풍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더욱 돋보였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혜택 받은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창의력과 자발성, 회사의 지원이 어우러진 재능기부에 나선 모범적 사례로도 평가 받을 만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잘못이 적지 않고 최근 양극화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 아이캔 기술 공개 등을 통한 나눔의 실천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차츰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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