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가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전에 황 교수팀 관련자료 일부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이미 삭제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서울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사위는 지난달 중순 출범 직후 전격적으로 서울대 수의대에 대해 출입통제 조치를 취하고 황 교수의 연구실 시설을 봉인해 실험노트와 컴퓨터 파일 등 자료확보에 들어간 직후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서울대 중앙전산원 소속 전문가 3명을 동원, 밤낮으로 복구작업을 벌인 끝에 겨우 데이터를 되살려 조사자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황 교수팀이 고의로 증거인멸을 위해 자료를 삭제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한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료 삭제가 고의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조사위가 전격적으로 자료 확보 조치를 하고 데이터를 복구했기 때문에 조작 과정의 실체에 접근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하드디스크를 아예 폐기하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 속수무책이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한 조사위원은 황 교수팀의 실험자료 관리 실태에 대해 "실험일지는 메모 수준에 불과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진술과 일일이 대조해야 했으며아예 기록이 없는 사례도 있는 등 관리가 매우 허술했다"며 "제대로 된 실험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미즈메디병원은 아직 자체조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한양대에서도 자료 확보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증거 소실이나 인멸 등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