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하는 네시삼십삼분은 지난 2009년 설립 이후 '활 for Kakao'를 시작으로 수호지·블레이드 등 연이어 히트작을 출시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게임 이용자와 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네시삼십삼분은 2011년 1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1,160억원을 기록하면서 벤처천억클럽에 가입했다.
내수침체와 환율악재 등으로 우리나라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이 쑥쑥 커나가면서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창업의 단계를 거쳐 어엿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고용은 물론 연구개발(R&D), 실적 등의 증가율 면에서 대기업을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유발 효과가 큰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시켜 정체 상황을 맞은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 수는 460개로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7배가량 늘었다. 지난해에만 위메프와 네시삼십삼분·파인테크닉스 등 42개 기업이 새롭게 벤처천억클럽에 가입했다. 벤처천억클럽 가입 기업의 고용인력은 17만3,420명으로 2013년보다 4.4% 증가하면서 대기업의 고용 증가율(1.3%)을 압도했다. 벤처천억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을 모두 합한 금액은 98조9,000억원으로 삼성(248조원)과 SK(165조원), 현대차(158조원), LG(116조원)에 이어 재계 5위 그룹 규모에 해당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내실도 있다. 벤처천억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2013년보다 5.1% 증가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6.7%를 기록해 일반 중소기업(4.0%)이나 대기업(4.3%)을 앞섰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도 2.9%로 중소기업(0.7%)과 대기업(1.4%)보다 높다.
물론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비해 절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성장폭이 크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경기침체 등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국내 경제구조는 벤처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개발 역량과 혁신 역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기업의 고유한 문화와 위험을 극복한 유연한 최고경영자(CEO)의 역량 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이 적합하다"며 "벤처기업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혁신 역량이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야 우리 경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벤처천억기업들은 2000년 1차 벤처 붐에 설립된 곳들이 많은데 이 기업이 15년을 성장해서 우리 경제의 주축이 된 것처럼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현재 성장하고 있는 초기 벤처기업들이 10년 뒤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주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창업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 서울 강남과 구로, 경기도 판교 지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벤처 밸리에 창업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신설법인의 수는 4만6,18개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벤처 투자 규모도 올 상반기 9,569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올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2000년 벤처 붐 당시의 투자규모(2조211억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입주공간과 초기 투자, 멘토링까지 지원해주는 창업 엑셀러레이터도 내년부터 벤처캐피털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관련 시장이 성장하면서 창업 열기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씨앗(스타트업)이 많이 뿌려지고 영양분(투자자금)도 충분한 만큼 벤처천억기업들의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형영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은 "벤처천억기업들이 자신들의 성공요인을 바탕으로 후배 벤처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아가면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등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지난해부터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40여개가 넘는 벤처천억기업이 신규 진입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고 대기업 납품 기업보다 글로벌시장을 노리는 기업과 독자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이 늘고 있어 벤처천억기업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벤처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과감한 발상 전환이 선행돼야 국내 경제에서 벤처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정체돼 있는 내수시장만 공략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도 무차별적으로 벤처기업들의 전반을 지원할 게 아니라 성장을 통해 고용 효과를 크게 가져올 수 있는 벤처기업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별을 통해 10개 중 1개 기업을 제2의 네이버로 성장시켜 국내 경제와 고용을 책임질 수 있게 한다면 실패한 나머지 9개 기업의 임직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