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가 관계사인 한솔텔레콤의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지배구조 논란에 휩싸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산 정상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지난 20일 장 마감 후 한솔텔레컴의 실권주 118만여주(45.9%)를 주당 6,310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계열사인 한솔건설 역시 실권주 인수에 참여, 55만여주(21.4%)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솔제지와 한솔텔레컴은 2001년 계열분리 이후 다시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되게 됐다. 한솔제지측은 “한솔텔레컴이 수년간 한솔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통합(SI)과 전사적자원관리(ERP)업무를 담당해 왔다”며 “전문인력 확보 등 현 수준의 규모를 구축하려면 163억원의 비용이 예상돼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하면서 장기적으로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박정현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ERP업체를 새로 교체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고 삼성증권도 “지분법 평가 손실 등이 예상되지 않아 영업실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출자가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솔건설까지 포함하면 비수익 자산에 대한 한솔제지의 실질적인 출자규모는 110억원(한솔제지 75억, 한솔건설 35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한솔제지를 옭아매던 ‘부실사 지원’이라는 악몽이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특히 한솔건설 등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구조조정의 마무리단계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출자로 이를 어긴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증자참여는 비수익 자산에 대한 현금유출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한솔제지에 전적으로 부정적”이라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한편 한솔제지는 이날 실권주 인수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1% 상승한 1만15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선방을 했다.